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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재 Mar 08. 2024

PROLOGUE

"휴직했습니다. 체코에 살고요."

 "부럽다~!"

 휴직하고 체코에서 지낼 거란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돌아갈 곳이 보장된 상태로 일을 잠시 쉬는 것도, 예쁜 배경이 가득한 유럽에서 사는 것도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네~ 좋아요~' 하고 웃어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일을 하고 있었고, 취미 생활도 원하는 대로 즐기고 있었던 데다가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들과 보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상태를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만, 이미 남편이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아서 옮기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소식을 전할 때면 100이면 100의 사람들이 할 수만 있다면 그 자리에 본인이 가고 싶다는 눈빛을 보냈다. 출국 날짜가 가까워지고 그런 눈빛들이 마음속에 쌓여갈수록 누구나 부러워하는 생활을 시작한다는 건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는 장점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체코에서 지내는 시간은 2년이다. 길다면 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 긴 인생을 두고 비교해 봤을 땐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게다가 유럽이 아닌가.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어서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바로 그 유럽. 유럽 중에서도 왠지 낭만까지 있을 것 같은, 그 이름도 체코.


 소식을 듣고는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그 말을 듣고 나서 가기 싫어 버티던 마음이 완전히 설득됐다.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남편의 주재원 발령을 따라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놀고먹고 빈둥대는 것뿐인, 그래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합법적인 해외에서의 백수 생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의 생활은 여전히 마음 한편에 두려움으로 남아있지만, 그 두려운 마음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는 것 아닐까. 막상 해보면 왜 그렇게까지 무서워했나 싶을 정도로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써 내려갈 글들은 체코에서 지냈던 2년 동안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한다. 해외살이를 해봤던 분들에게는 비슷한 경험으로 공감이 되었으면, 해외살이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는 우리나라 밖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구나 하는 간접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다른 나라에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엄청나게 두려워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해맑기만 할 것도 아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장단점은 있으니까 꼭 좋지만도 않고 나쁘지만도 않고, 정답은 없다.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 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알차게 해외 생활을 즐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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