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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 규리랜드

산 멍하기 좋은 곳

by 박규리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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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남편은 도예언니가 충청도에 땅을 사서 꽃 밭을 가꾸는 것을 보고 한번 가보자고 했다. 도예언니도 없는데 알려준 주소로 오후에 출발하여 해가 기울어 갈 때 도착했다. 깜깜한 밤에 도착하여 주변의 경치도 보지 못하고 겨우 찾아간 장소를  다시 돌려 나와 우리는 괴산시장에 차를 멈추고 거기서 하룻밤을 잤다. 그리고 남편이 늘 바람 쐬러 다녀오던 동막골 같은 강원도 산골마을을 들러  그곳의 부동산 아저씨를 만났다. 바람이 스산한 날이었다. 부동산 아저씨는 어둑어둑 해가 지는데 영월에 있는 땅도 보자고 했다. 함께 영월로 넘어왔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한 숲 속으로 한 1킬로쯤 올라가다 차가 멈춰 섰다. 네모 반듯하게 경지정리가 된 255평의 땅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렇게 외진 곳에 누가 와서 살아요?"라고 말하니 "가치관에 따라 다르지요. 이런 곳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요."라고 받아친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남편을 말리지  못하였다. 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른 뒤 그 땅을 넘겨받았다. 현직 교장으로 있을 때였다. 그리고 농막 설계를 하고 그 땅 위의 풀을 혼자 한 달을 걸려 제거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그 땅에서 풀 메는데 보냈다. 집에 와서는 끙끙 앓았다. 그리고 기초석을 두고 수평 잡기를 하여 기둥을 세우고는 농막을 짓기 시작했다.

 

"이렇게 허술하게 지어도 되냐고!"

나는 당돌하게 물었지만 "최선을 못하면 차선이라도 하는 것이다."라고 고집을 굽히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해나갔다.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는 나와는 정반대다. 뭐 되겠냐고 그렇게 지켜보다 나도 돕기 시작했다. 매주 주말 영월을 다녀오는 내내 눈이 빨갛게 터지기도 하고 끙끙 앓으니 함께 가서 운전도 대신해 주고  밥도 같이 먹고 조금씩 도왔다.


벽체를 만들고 지붕 올리는 일이 제일 어려웠지만 남편과 나는 서로 기지를 발휘하여 잘 넘어갔다.

(자세한 내용은  담기회에 ~~♡)

그리고 유리창을 앉히고 문을 달았다. 전기 배선공사는 전문가가 했지만 수도시설까지 혼자 해내는 남편이 더 이상 우습게 보이지 않았다.


이제 본론이다.

2층으로 올려놓은 농막에서 바라다 보이는 수주섬의 모습이  나는 좋다. 비가 오는 날의 정겨운 모습은 더 가관이다.  안개가 자욱이 올라와서 완전히 덮이기도 하고 살짝 문을 열기도 하고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하루 종일 심심할 틈이 없다.


농막 앞에 백 년이 넘은 일품 소나무 한그루도 멋을 더해준다. 이렇게 멋진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속세의 시간도 멈춘다. 완전 산 멍이다.


남편이랑 배추와 무도 심고 고추 오이 호박 상추 쑥갓을 재배하니  풍성하기 그지없는 농막이 되었다.


이토록 아름답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자연의 멋은 아무리 많이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나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 농막은 그 기쁨이 배가된다.


그래서 난 우리 농막 규리랜드가 좋다. 그리고 산 좋고 물 맑은 영월이 좋다.

농막의 뒷배경과 앞경치~~♡


안개가 살포시 걷히는 모습

안개에 둘러싸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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