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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씨 Aug 30. 2023

놀러 와요, 영원의 숲

낯설어도 예쁘게 봐주세요.

 3개월, 장장 3개월이 걸렸다.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까지 손을 옮기는 시간. 거의 100일의 날 동안 다양하게도 헤맸다. 길을 몰라서 도착하지 못한 게 아니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너무 잘 알아서, 보이는 골목마다 한눈을 팔았다. 마지막 지점이 500m도 남지 않았을 때 우회전, 펄럭이는 결승선 깃발을 보고도 모른 척 다시 U턴.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을 합치고 보니 정확히 삼 개월이었다. 백일이라는 날 동안, 이천사백 번의 시침이 돌아갔던 것처럼 뱅글뱅글 제자리만 맴돌았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거창해 보일지 몰라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참 단순한 일이 틀림없다. 무엇이든 크게 보고 생각하면 어려워진다. 키보드까지 움직이지 않아도 매일 몸에 붙어있는 스마트폰만 두드려도 되는 일이다. 작은 문구 하나라도 메모장에 끄적이는 일, 친구와의 대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기록하는 일. 이 모든 것이 전부 글이자 내 삶이었는데. 아, 난 글을 잃은 것이 아닌 삶을 헤맸던 거일지도 모른다.  


정말 모르겠다. 몰랐다. 여전히 모른다.


 누군가는 나의 글을 기다리며 연락을 보내왔다. 별일 없는지 요즘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작년에 쓴 여름에 관한 글을 이번 여름에 펴 보았다며 나를 두드렸다. 지나온 기록은 그 순간을 지나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제자리를 맴돌았던 나와 같이 곳곳에 뿌린 문장이 독자에게 머물러 정착한 삶을 살아갔다. 수많은 인연을 지나고 지나치고, 지나오고 반복한다. 잊히고 잊어버린다. 백일의 시간을 깰 수 있었던 건 단순했던 하나의 행동도 있었지만, 곁에 머물러준 소중한 독자라는 이름, 나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 영원의 글이 좋아. 내가 생각하는 순간을 네가 기록으로 완성해. 그래서 좋아. 계속 글 써주라. 어떤 글이든! 멋있지 않아도 괜찮아. 영원의 글이라는 그 자체로 난 좋아.”


 다시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 헤매도 좋으니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안정감을 찾았다. 모든 순간 모든 기록이 비로소 영원일 테니. 영원을 다짐하며 무엇이든 써 보리라고 작게 외쳤다. 온전치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게 ‘영원’이라면 모두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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