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뒷담화 이론’
사람들은 뒷담화를 자주 한다. 우리는 이것을 ‘나쁘다’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진화의 결과이다.
종교가 등장하기 이전 집단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자연적인 현상.
‘흑백요리사’ 이름만 들어도 다음 편이 기대되는 요즘 화제의 넷플릭스 프로그램.
현장에서 지지고 볶은 과정들이 (그것이 음식이든 요리사들끼리든) 편집을 감안하더라도 리얼하고 현실감 있게 드러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푹 빠져서 다음 편 나오기를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어쩜 이리도 한국의 PD, 작가들은 대중들의 심리를 잘 꿰뚫는 프로그램을 잘도 만드는지 한국의 드라마를 볼 때도 느끼지만 최근에 서바이벌 형식으로 만들어진 피지컬 100, 인플루언서 등 운동, 요리등 분야를 넘나들며 한국인이 만든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 의미에서 감탄이 아주 절로 나온다.
‘왜 그렇게 푹 빠졌나?’ 생각해 보면 미국이나 유럽의 요리 프로그램도 몇 개 봐와서 알지만- 예를 들어 유명한 경쟁구도의 셰프 대결 프로그램인 미국의 헬스키친은 경쟁구도를 나이 혹은 성별로 나누면서 진행된 케이스가 있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백수저, 흑수저로 적나라하게 경쟁구도를 잡은 케이스는 처음이다.
핫한 프로그램인 만큼 출현한 셰프들에 대한 구설수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가장 최근 몇 화에서는 팀전으로 경쟁을 이어갔는데 개인적으로 개인전보다 팀전을 볼 때 훨씬 긴장감도 넘치고 재미있게 봤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첫 번째 흑백 팀전 대결이었는데 백팀에서의 활동이 참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명확하고 확실한 결단을 내려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백수저 리더 셰프의 아쉬움이 느껴졌고, 화제성으로 치면 감자를 두고 어떻게 조리할지에 대해 팀원인 최강록 셰프와 선경 롱기스트 셰프의 의견이 갈리는 장면이 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이며 유튜브에도 이 두 셰프에 관한 구설수가 올라왔는데 대중들이 의견이 참 많이 갈렸다.
크게는 선경 롱기스트를 비난하는 사람들과 (구체적으로는 팀워크 작업에 있어 그녀가 했던 말과 행동들에 관한) 반대로 현장에서의 긴장감이나 촬영인 것을 감안해 그녀를 비난하는 것 자체를 다시 비난하는 의견으로 로 갈린다. 심하게 그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유튜브 채널에 찾아가 악플을 달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식의 비난은 물론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심각한 비난이 아닌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 자체를 나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그 이슈에 연루된 어느 부분은 개선이 되기도 하고 발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난을 다시 비난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생각은 필연적이다. 앞뒤가 맞지 않고 근거가 없다면 대중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타당한 근거와 이유가 없는 의견은 지지받지 못하고 묻힐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비난과 칭찬을 포함한 모든 개인적 의사의 표출은 우리들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좀 더 심도 있게 바꿔가지 않을까 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나오지 않던가. 엄밀히 말해 ‘뒷담화’는 우리 인류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많은 수가 모여 힘을 합칠 수 있는 크나큰 원동력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개인적 의견의 표출이라는 큰 범주안에는 지지, 칭찬, 비난, 모함 등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지키며 개인적 의사를 전달하고 표출하는 게 양날의 검을 휘두르는 것 마냥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나는 선경 & 최강록 셰프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하면, 팀전에서 보인 선경 세프의 행동은 여러 면에서 ‘다르게 말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내가 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백종원 세프의 심사 과정 리액션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고 ‘음? …? 이거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하며 혼잣말을 하시는 데 흡사 귀여운 아빠곰 한 마리가 연상되는 건 과연 나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