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반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왔고, 미국 오기 전 2년여 동안은 유럽과 호주 등 각 대도시 (주로 수도)를 위주로 웅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살아왔다. 대도시 생활이 익숙하기도 하거니와 도시 생활의 이점이 여러 모로 많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웅이와 나는 요즘 LA를 떠날 결심을 하고 있다.
100% 정해진 건 아니지만, 맘이 떴다 싶으면 어쨌든 행동으로 옮겨내고야 마는 우리는-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다른 주로 옮겨가 살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웅이와 나는 특히 이런면- 결정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있어 쿵짝이 나름 잘 맞기 때문에 이제껏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잘 지내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미국살이 1년이 흐른 지금,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그래서 이미 이사가 결정된 사람 마냥 다른 도시의 동네들을 보며 줄곧 이런 대화를 서슴없이 나눈다.
‘다음 집은 아파트 말고 이렇게 좀 한가하고 산도 나무도 보이는 곳이면 좋겠다.’
‘이웃이 아예 없는 것도 좀 무섭겠지만 집들 사이의 간격이 다소 좀 널찍하게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LA 대도시의 생활을 안전하고 깨끗한 아파트에서 시작했지만 우리가 비싼 집세를 내며 집에 머무른 건 1년의 반인 6개월 정도나 될까. 웅이 일의 특성상 다른 도시나 주로 이동을 자의적으로 하는 우리는 굳이 미국이란 이 넓은 땅덩어리에서 서부에 치우쳐 지내는 게 우리에게 큰 메리트가 있지 않은 걸로 결론이 낫다.
또 다른 이유들로는 굳이 뽑자면 은행업무, 장 보러 한 번 가려는 것도 트래픽 시간에 걸리면 20분 거리가 1시간이 되는 기적을 여러 번 겪어 왔기에 대지 면적 대비 인구 거주율이 낮다면 훨씬 쾌적하고 여유 있게 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도 차도 LA보다는 덜한, (LA의 traffic은 엄청나기에 이렇게 생각하면 엄청나게 많은 옵션지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그렇지만 좀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서울처럼 LA도 항상 바쁘게 돌아간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잘 굴러가는 도시인만큼 LA란 도시가 지닌 관대성은 미국 내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확실히 넓고도 풍요롭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한국의 음식이 그리우면 한인재료를 살 수 있는 마트에 쉽게 갈 수 있고 맛있는 한국 음식점들은 넘쳐난다. 은행에 가면 한국말로 친절하게 업무 설명해 주는 직원을 만날 수 있다.
LA는 날씨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 환성적인 날씨말이다. 극심한 추위는 상상할 수 없는 겨울 없는 도시, 큰 돌풍 없는 도시. 그렇다고 엄청 뜨거워지지도 않는 적당히 따스한 온기를 연중 내내 품고 있는 이 날씨 말이다.
어라…
분명 LA를 떠날 생각을 다짐하며 글을 쓰고 있는데 어찌 끄적거리다 보니 아직 캘리포니아에 미련이 많은 남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기분이다.
웅이와 나는 정말 우리 생각대로 캘리포니아를 박차고 떠나 처음 우리가 미국 생활을 시작했던 것처럼
다시 연고고, 친구도,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다른 도시에서의 생활을 잘 시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곳은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