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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리 Jun 20. 2024

그 놈의 MBTI

T 부부가 사는 법

     몇 년전부터 MBTI 가 유행이었는데, 한창 유행일 때는 검사를 안하고 버티다가 뒤늦게 MBTI 검사를 해보았다. 처음에 MBTI 에 대해 들었을 때, 나 어렸을적 유행한 혈액형 비스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간단하게 A형은 소심, B형은 이기적, O형은 둥글둥글, AB형은 천재 아니면 싸이코 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온 국민을 위 네 가지 혈액형 유형으로 갈라치기한 것이 웃기기도 했는데, MBTI 도 마찬가지로 맹신하지 않고 재미로만 본다면 좋을 것 같아 검사를 해보았다.

간략히 말하자면 MBTI 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는데, 검사를 통해 각 두 가지 중 비율이 높은 것이 특성이 된다.


I: 내향적

E: 외향적


N: 직관적

S: 현실적


F: 감성적

T: 이성적


J: 계획적

P: 즉흥적


     2년 전 처음 검사에서 나는 INFJ 가 나왔다. 내가 집순이 성향이 강하고 가끔 공상도 하고 공감 좋아하고 실천은 하지 않더라도 계획은 잘 세우니, 어느 정도 맞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최근에, MBTI 도 시간 지나고 환경이 바뀌면 변하기도 한다고 들어서 다시 검사를 해보았는데,

뚜둥... 

ESTJ 가 나왔다.

마지막 J 성향을 제외하고 모두 바뀐 것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내가 결혼을 했다는 것과 부업으로 과외를 시작한 것이 큰 변화인데 이렇게 바뀔 줄이야... 역시 나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1. 우리 남편은 T

2. 과외를 하다보니 처음에 학생들에게 공감을 많이 했으나 그러면 끝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정도 끊고 이성적으로 진도를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그리고 30년간 집순이여서 그런지 요새는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최근 엄마가 아들이 F 성향인지 T 성향인지 알아보는 질문이 유행이었다. 그건 바로 "엄마가 속상해서 빵을 샀어." 라고 아들에게 물어보는 것. 만약 아들이 F 성향이 강하다면 "왜 속상했어?" 라고 대답하고, T 성향이 강하다면 "무슨 빵?" 이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아들이 없으니 대신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나: 여보, 오늘 내가 너무 속상해서 빵을 샀어.


--------1초 후---------


남편: 무슨 빵??

예상은 했지만 직접 대답을 들으니 빵터졌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물어 보았다.

나: 여보, 내가 오늘 속상했는데 왜 속상했는지 안 궁금했어?

남편: 어! 근데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번째는 여보가 하나도 안 속상해 보였고, 두번째는 하루종일 집에 있었는데 언제 빵을 사러 갔지 생각했어.

이 와중에 저렇게 생각한 우리 남편은 대문자 T가 맞다!




     부업으로 중학생 과외를 하고 있는데, 우리 중딩이가 농구하다가 오른쪽 손을 다쳤다. 그래서 글씨 쓰는데 너무 오래 걸리고 글씨체도 바르지 않았다. 마침 중딩도 불편하다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그러니깐 앞으로 다칠거면 왼손을 다치도록 해. 그래야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있겠지." 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 중딩이 "선생님 T 맞죠?" 라고 했다.

그리고 이 밖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한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다.




     우리 엄마의 오랜 이상형이 바로 "배우 지성(이보영님 남편)"인데, 지성님이 스윗 T의 전형이라고 한다. 인터뷰에서 지성님에게 "나 오늘 속상해서 빵을 샀어." 라고 말하니 대답이

"커피랑 먹을래? 우유랑 먹을래?" 대박...! 이런 대답 처음 듣는데 너무 스윗한거 아닌가. 역시 울 엄마의 천년 이상형답다.




     나는 모든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T비중이 65%이지만 여전히 눈물도 많고 심지어 슬픈 사연을 읽고 지하철에서 오열도 한다. 하지만 대문자 T인 남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남편도 슬픈 일이 있을 때 엉엉 울었다. 비중은 달라도 사람은 여러가지 모습을 갖고 있다. MBTI 도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고 상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사용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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