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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 Feb 01. 2023

내일의 나에게 쓰는 글

오늘의 시든 시금치에게


진짜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다는 말밖에 안 나온 오늘..


발령을 받고 1월 한 달은 멋모르니 그냥 지나갔던 게 확실하다.

그렇다. 아는 게 없으니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냥저냥 여유 있게 지나갔던 것이다.

2월이 되고 그래도 1달 겪어봤다고 이렇게 갑자기 힘들기 있기 없기???

시든 시금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며 나도 모르게 지난 몇 달간 내뱉지 않았던 "힘들다"라는 단어를 연신 내뱉었다.


인다(인문학다이어트: 읽고, 쓰고, 걷고, 사식하는 프로그램)를 시작하고, 

5시 기상 루틴을 체화 시키며 입 밖으로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이전의 나는 매일 힘들다, 죽겠다, 짜증 난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런 연유로 그간의 내 삶이 그리도 힘들었던 걸까 싶어서....


마음을 바꾼 후로는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어도 웬만하면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인다를 하며 마음이 많이 정화되었기에 힘든 상황도 나름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규칙적인 하루를 살아갔기에 잡생각이 뇌 속을 헤집고 다닐 틈이 없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왜일까. 2월의 첫날 이렇게 힘들어도 되는 걸까.

정말 오늘은 1분도 쉬어보지 못하고 점심을 먹으면서까지 일을 했다.

2월 말까지 끝내야 하는 수많은 일들. 그런데 일은 진척이 안되고 마음만 급했다.

나는 한다고 하는데,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이 또다시 나를 괴롭혔다.


업체에서 서류를 받아야만 진행이 되는 일들이 대부분이라 계속 독촉 전화를 하고 기다려봤지만 허사였다.

순서가 있는 일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막혀버리니 속수무책. 그러면서도 마음은 안달이 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오니 다시 예전의 내가 된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혀봐도 오늘은 소용이 없었다.


무엇 하나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을 뒤로한 채, 그래도 칼퇴를 사수하며 운전대를 잡았다.

이렇게 힘든 날 야근까지 할 순 없지.


운전을 하며 힘들다는 말이 연신 나왔다.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 걸까.

생각해 보니 어제도, 걱정에 휩싸여 쉬이 잠들지 못했다. 그래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퇴근 후 집으로 가면 직장에서의 일들에 관해선 스위치를 꺼버리자고 다짐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업무에 대한 생각들로 마음마저 어지럽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을 쓰고 토로하면 조금 나아지니까.

쓰면서 내게 조금은 놓아주자고 말해볼 수 있으니까.


일어난 일은 모두 잘된 일이다.

지금은 걱정으로 휩싸여 마음이 어지럽지만, 지나고 보면 다 잘 된 일일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는 나만 힘들 뿐.

더 엉망이 될 수도 있었는데 바로잡은 일들도 몇 가지 있다.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상황인데 말이다..

그리고 아직 2월 1일이잖아..? 이제 막 2월의 시작인데, 조급할 필요 없겠지.


대신, 오늘이 힘들었다는 건 인정해 줘야지. 많이 힘들긴 했다. 물 한 모금 먹을 시간조차 없었으니.

예전 같으면 이런 하루를 버텼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존 버. 존나게 버텼다고. 앞으로도 좀 더 버텨보자고 했을 테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다. 열과 성을 다해 일했기에 힘든 것이다. 마음이 힘들어 힘든 것이 아니라.

그러니 나는 버티는 게 아니다.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이곳에서 버티는 삶을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으니까.


......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이 글로 나는 또 위로를 받는다.

내일 또 업무에 허덕이는 내가 허둥대며 서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또 글을 쓰자.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를 금방 만날 수 있으니까.


왠지 내일은... 오늘의 이 글로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내일의 나에게 이 글을 보낸다.

힘들다고 생각되면 오늘의 이 글을 생각하라고. 버티는 하루가 아닌, 단지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인 거라고.

그러니 힘든 게 아니라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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