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janice Jan 28. 2023

2번의 도전, 브런치 작가가 되다.

환희와 좌절의 순간. 그 멘붕의 시작으로 부터 






그렇다. 나는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 2번만의 합격이었다. 합격의 그 순간은, 마치 13년 전 공무원 시험 최종 합격의 영광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극한의 흥분 속으로 나를 내던지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게 뭐라고 싶기도 한데, 브런치 내에서만 일지라도 서로를 작가로 칭하며 각자가 생산한 글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그 경험을 나도 해 볼 수 있겠구나 같은 기대감이 일었고,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나에 대한 일종의 증명도 해 내고 싶은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합격의 순간 뛸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내게 온 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내 글이 그래도 좀 볼 만 한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우쭐해져 있는 순간도 잠시, 브런치 앱에 접속해서 다른 작가들이 올린 글을 처음으로 집중해서 정독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몇 개의 글을 읽어내려가다 어느 순간 합격의 기쁨보다는 내가 왜 합격한 걸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여기에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 내가 쓴 글의 수준이 심각하게 낮게 느껴졌다. 브런치 관계자들이 짧은 명절 동안 각자의 가정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걸까. 꼼꼼한 검토 없이 "그래 이번에는 명절 보너스라 생각하고 몇몇 그냥 합격시켜주자~!" 혹시 이렇게 업무태만을 과감하게 시도한 직원이 있었던 건 아닐까. 마침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 그물에 내가 걸려든 게 아닐까.



아무튼 합격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 내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나의 영혼은 이미 탈탈 털려있었다. 나로서 살기 위해 글을 썼고 내 내면 저 깊은 곳에 닿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고 자신했다. 남이 뭐라 하든 남들이 어떻든 기준을 타인에게 잡지 않으리라 다짐한 글쓰기였다. 그런데 어깨에 하늘을 치솟을 만큼 높은 뽕을 짊어지고 호기롭게 브런치를 탐방하던 나는 금세 풀이 죽어 또다시 땅속으로 꺼지고 있었던 것이다.



부서진 멘탈을 미처 다 정리하지도 못한 채 그래도 합격은 했으니 몇 개의 글이라도 발행해 보아야겠다 생각했다. 솔직히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새로운 글을 생산할 여력은 없었다. 블로그에 써둔 서평 몇 개와 일상 글 몇 개를 긁어 브런치에 옮겨 담았다. 이런 글도 과연 구독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몇 분 뒤 몇몇 천사 같은 분들이 라이킷을 한두 개 눌러주었다. 아량이 넓으신 분들이 많은 곳이구나.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을 것이란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올렸을 때도 사실 마찬가지였다. 나도 다른 이웃들의 모든 글을 정독해서 읽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내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이웃을 늘려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아요를 받고 댓글도 받지만 그중 몇 명이 내 글을 끝까지 읽었을까. 사실 한두 명이 될까 말까 할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브런치에 올린 글도 기대가 전혀 되지 않았다.



몇 시간 뒤, 여전히 구독자 수 0명, 라이킷 2개. 나는 솔로에서 0표를 받으면 이런 심정일까. 0표 클럽에 들어버린 브런치 초보의 심정은 바싹바싹 타들어 가고 있었다. 생각이란 것이 참 얄궂은 게 합격했단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던 순간이 바로 몇 시간 전이었는데 0이라는 숫자에 금방 의기소침 해지는 모습이라니.



스스로 글을 쓰며 행복한 이유는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것도 누군가가 봐주기를 바랐던 것보다 나 자신의 만족과 쾌감을 위한 것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순간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닌 단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다른 사람의 글과 나의 글을 한없이 비교하고 0명이라는 숫자에 마치 내 모든 글의 점수가 매겨진 것처럼 좌절하다니, 나도 나를 모를 순간이었다.



브런치에는 많은 작가들이 있다. 몇 초 사이에 그 수많은 사람들은 많은 글들을 생산한다. 그 많은 양의 글 중에 내 글이 눈에 띄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대단한 필력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내 글은 그 엉성함의 깊이만큼 눈에 띄기가 어려울 것임을 잘 안다. 이것은 재능의 차이라기 보다, 글쓰기라는 작업 또한 각고의 노력과 인내의 결과로 열매 맺어지는 산출물이기에 내가 그만큼의 땀이 밴 노력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이제 막 시작한 초보 글쟁이이고 아직은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좋은 수준이다. 글을 쓴 후 몇 번의 퇴고를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즉흥적으로 글을 쓰고 즉흥적으로 글을 발행한다. 책은 읽지만 아직 깊게 읽는 수준도 아니다.(그러나 재밌게는 읽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랄까. 그래도 그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대단하진 않지만 작은 노력들을 하고 있음은 내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매일 쓰다 보면 내 글도 누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아직은 그래도 합격의 기쁨을 조금 누려도 되는 시기가 아닐까.



조급한 마음은 잠시 넣어두자. 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브런치라는 세계로 발 디뎠음에 먼저 감사한다. 명절 증후군으로 불합격의 고배를 마실 뻔한 내게 보너스라는 이름으로 합격의 영광을 안겨주었을지 모를 브런치 관계자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부족하더라도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 나도 나만의 글을 마음껏 생산해 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누군가 봐준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나만의 글을 써 내려가겠다.



브런치 합격으로 내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합격한 순간 미친 듯이 뛰었던 그 심장 박동소리를 기억해야지.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팔닥이는 내 글쓰기 DNA의 방아쇠를 당겨본다.



앞으로도 쓰고 또 쓰는 나를 브런치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죽하면 그랬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