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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밤클라쓰 Aug 16. 2023

얼음목욕 1일차.

시행착오

8월 13일 일요일 얼음물 목욕 1회차 진행

지난번에 결심한 얼음목욕을 시작했다. 얼음물 목욕을 시작한 된 계기에는 폭발적인? 도파민 상승효과에 대한 기대, 염증 수치 하락의 목적 등이 있었다.

또 다른 계기는 내가 브런치에서 꾸준히 다뤄온 고통이라는 주제와 관련이 있다. 고통의 한가운데에 의도적으로 들어가 이를 감각적으로 체험하며 느낀 바를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 실행하는 이번 1회차 얼음목욕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준비 사항들을 거쳐야 했고 몇 가지 시행착오도 겪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얼음물 목욕을 처음으로 시작하며 준비한 것들과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 기록하고 공유한다.


준비

먼저 나는 네이버 주문으로 약 3만 원대의 튜브형 목욕통을 구매하여 조립했다. 튜브 재질의 형태에 플라스틱 지지대를 이용해 고정하는 형태였다. (튜브형 목욕통의 경우, 경우에 따라 먼지를 세척하고 냄새를 빼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른바 원터치 목욕통이라고도 불리는데, 정말 원터치는 아니고 수동으로 직접 조립해야 한다.)


얼음은 편의점에서 (보통 음료에 넣어 마시는) 돌얼음으로 구매했다. 우리 집 냉동고는 이미 다른 식료품들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구매한 얼음은 재사용하지 않고 목욕이 끝나면 버리기로 했다. 


문제점 1차 발생

우리 집의 경우 목욕 호스가 없어 샤워기로 목욕물을 받았다. 그래서 물을 채우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수 있다. 물이 미리 골고루 차가워지라고 (욕조에 물이 약간 채워졌을 때쯤) 얼음 1.6kg을 넣었다. 

그러자 아직 욕조에 물이 가득 채워지지 못한 상태에서 얼음이 모두 녹아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호스로 물을 보다 빠르게 채우는 경우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 물이 어느 정도 채워진 뒤 얼음을 넣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시작하기 전에 얼음의 양은 1kg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였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문제점 1차 해결 

결국 다시 편의점에 가서 3kg의 돌얼음(4,300원- G*편의점)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번에는 물이 목욕통에 가득 찰 때쯤 3kg의 얼음을 욕조에 투하했다.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목욕통에 들어가 약 14분을 머물렀다.

핸드폰 영상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옷을 입고 들어갔다. 몸을 웅크린 채 얼음물이 턱 아래 목까지 오도록 몸을 담갔다.


문제점 2차 발생

내가 생각하는 그런 쨍한 차가움이 아니었다. 그냥 좀 차가운 물 정도로 느껴졌다. 그리고 투하한 3kg 돌얼음은 급속도로 녹기 시작했다. (내 몸이 뜨거워서 그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다지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물의 온도와 순식간에 녹아버린 얼음의 모습에 당황했다. 나는 제대로 된 얼음 목욕을 위해 다시 한번 결심했다.


문제점 2차 해결

입수한 지 14분 만에 젖은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얼음이 다시 금방 녹을 수 없도록 총 9kg(3kgX3봉지)의 돌얼음(12,900원- G*편의점)을 구매해 왔다. (집 앞 2분 거리의 편의점에 다녀오는 동안 차가운 물이 식을? 새라 집 냉동고에 있었던 얼음을 넣어두고 다녀왔다.) 


드디어 제대로 된 입수

9kg의 얼음을 투하한 뒤 입수했다. 과연 전보다 훨씬 더 쨍함이 느껴지는 차가움이었다. 약간의 비명이 나오고 호흡이 가빠져왔다. 그 상태로 약 16분간 머물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과 감각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지나자 차가움에 익숙해진 듯 느껴졌다. 하지만 몸을 살짝씩 움직일 때면 아주 차가운 감각들이 몸을 휘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닥과 닿아있는 부분(엉덩이)과 등이 닿는 부분(욕조)은 얼음물의 차가움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고 약간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약간의 멍을 때리며 명상하듯 나른한 시간을 가졌다. 기존에 느꼈던 신체적 통증은 차가움 때문에 확실히 덜 느껴지는 듯했다.


9kg의 얼음도 생각보다 빠르게 녹았다. (입수해 있는 16분간 모두 녹았다.)


얼음물에서 나와 샤워기 냉수로 몸을 헹구었는데 냉수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젖은 옷을 갈아입은 뒤 방바닥에 앉았는데 우리 집 바닥은 비교적 차가운 타일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데운 것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느라 몸의 고통스러운 감각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머물며 느끼는 것을 집중적으로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첫 번째 시도를 완성했다는 것에 의의를 가졌다.


1회차 얼음목욕 정리

입수시간: 1차목욕 (14분) + 2차목욕 (16분)= 총 30분 (축구선수들도 30분가량 몸을 담근다고 한다.)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입수는 아니었다. (더 많은 얼음을 넣는다면 달라질까?)


얼음비용: 목욕 전 투하 1.6kg (3,600원) + 1차목욕 3kg (4,300원) + 2차목욕 9kg (12,900원)= 총 20,800원


다음 2회차 얼음목욕을 준비하며.


다음에는 헬스를 다녀와서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가볍고 기초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무리한 운동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등운동을 할 때 오른쪽 어깨에서 관절의 통증이 느껴졌다. 근육 조직이 미세하게 파열되어 염증이 생긴 것이라면 이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 2015년 국제학술지 스포츠 의학(Sports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섭씨 10.6~15도의 물에 11~15분 동안 몸을 담그는 것이 근육통 진정 효과가 가장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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