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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로 Sep 24. 2023

긴장은 감동을 일으키기 위한 밑밥이다

매일 아침 오늘 할 일을 떠올리고는 목덜미가 시큼해지기도 하고, 어깨를 돌리고 팔을 쭉 펴서 좌우로 기울였다가 세우기를 몇 차례 해서 풀어야 하는 정도의 긴장을 한다.

집에서 출발할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서도 때를 놓칠까 봐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시간 산을 다시 해보기도 한다. 또 아침 뉴스를 들으며 관심 가는 내용에 좀 더 신경을 곤두세워 기억 세포에 확실히 세겨놓고, 언제든 꺼내어 얘기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되뇌어보기도 한다. 만나면 제일 먼저 뭐라고 할까? 이런저런 얘기하려면 좀 더 자료를 봐야 하는데 등등.. 걱정도 한다.


오늘은 새롭게 직장을 구하는 회사의 경영층과 인터뷰 겸 저녁식사가 있다. 이십 년 조금 모자라는 정도 오래전에 면접을 해보고는 처음이다.

팀장 때부터 신입이나 경력사원들의 실력 확인을 위한 실무 면접을 했었고, 실장이 되면서부터는 인성을 위주로 살펴서 조직 적응력과 성과 창출 역량을 확인하는 임원면접을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피면접자가 되어 떨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면접관 교육도 두 차례나 받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교육 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몇 가지는 머리를 쥐어 뜯듯이 인상을 찌푸려 가며 겨우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먼저 질문은 심화되어야 한다. 취미가 뭐냐? 고향이 어디냐?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냐?처럼 열식 질문은 상대방을 파악하기 어렵다. 고향이 어딘가? 물었으면 기억나는 장소나 사건이 있는가? 다음으로 왜 기억하는가? 이런 식으로 양파 껍질 벗기듯 생각 속으로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돌발 질문이다. 누구나 면접을 미리 준비한다. 즉 예상질문에 대해 답변을 만들어 외워온다. 잘 준비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경우는 이러한 방법도 안 통하겠지만 보통은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나 돌발 질문에 당황한다. 그러면 준비한 답변이 아닌 그 순간의 생각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면접을 하는 중에 한번 이상은 이 방법을 시도 하곤 했었다.

세 번째는 자기소개서 내용 중에 일부를 확인하라. 베껴 썼을 수도 있고, 지어냈을 수도 있어서 다시 물어보면 똑같은 얘기를 안 할 수 있다.

이렇든 언제부턴가 피면접자이기보다는 면접자로 훈련되어 있는데 면접을 준비하고 있으니 갑자기 역할을 바꿔보는 상황극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맘이 교차한다. 그리고 장난이 아니게  떨린다. 이 나이에 뭔가 실수하면 쪽팔릴 거 까지 생각하니 더욱 조심스럽고 긴장이 된다.


어느덧 기다리던 시간이 닥쳤으나 이번 면접은 질문하고 답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 같이 식사하면서 캐주얼 토킹하는 정도여서 살아온 얘기 나누면특이사항 없이 끝났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것도 막상 그 시간에 다다르기 까지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긴장의 정도에 따라 지나고 나서의 감동의 세기가 달라진다. 바짝 긴장하고 이런저런 준비를 많이 했던 만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는 더욱 우렁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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