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뒤 숨은 독자를 찾기 위한 좌충우돌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는 일. 참 어려운데 해야 할 때가 종종 있죠. 제가 요즘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 '로봇'의 비위를 맞추는 중이죠. '돈 쓰는' 글쓰기에서 '돈 버는' 글쓰기로 전환하고 나니 글을 읽는 독자를 포함해 내 글을 읽는 로봇의 의중도 신경 써야 합니다. SF 영화를 보면 로봇과 인간의 대결이 공공연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사실 이미 내 곁에 와있는 게 확실하다고 체감하는 중입니다.
저는 요즘 애드센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애드센스란 블로그, 웹사이트, 유튜브 등에 내가 업로드 콘텐츠에 광고를 삽입하여 방문객들이 광고를 보고 클릭함에 따라 구글이 광고료의 일부 수익을 나눠 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글도 글이지만, 검색이 용이한(더 복잡한 원칙과 기준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만) 콘텐츠를 쓰는 게 관건입니다. 새로운 세상입니다. 메인 키워드, 세부 키워드, 조회수, 검색량 등등. 숫자 뒤에는 분명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오로지 숫자화된 세계에서 나의 글을 낸다는 건 또 다른 경험입니다.
그간 나를 표현하는 글은 나의 언어가 정말 중요했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두드려야 하지만, 내 생각과 마음을 적확한 단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하지만 애드센스나 수익화를 위한 글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애드센스를 이용하기 위해 일종의 '승인용' 글을 써야 합니다. 알짜배기 콘텐츠인지, 광고를 붙일만한 콘텐츠인지 가늠해 광고가 붙는데요. 이러한 광고를 승인받기 위해 일종의 '승인용' 글을 씁니다.
승인 여부는 누가 판단할까요. 사람이 프로그래밍했겠지만, 승인 AI 로봇이 제가 쓴 콘텐츠를 읽고 광고 게재할 만한 글인지 판단합니다. 로봇 입맛에 맞는지가 중요해요. 대본이나 소설을 합평받을 때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혹은 캐릭터의 선택이나 정서의 변화가 개연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거든요. 생각보다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고, 제 의도를 뛰어넘은 시선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의 합평을 모두 반영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납득 가능한 부분'은 꽤 큰 도움이 되죠.
부업의 일종으로 애드센스에 뛰어들었는데, 저는 승인 거절을 여섯 번째 당했습니다. 승인용 글을 쓰기 위해 저는 잠시 제 머리보다 로봇의 힘을 빌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바로는 희소한 주제를 전문성 있게 써야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글을 쓰기 위해 ChatGPT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똑똑한 ChatGPT의 신세를 지고, 글을 일부만 수정한 셈이죠. 승인이 거절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로봇의 입맛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게 가장 크겠죠. 저는 언제쯤이면 로봇의 절대미각을 맞출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