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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무지니 Dec 28. 2023

최고의 커플 매니저

내가 만난 하나님 이야기 ③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지만, 언제 응답받을지 알 수 없는 기도 중 하나가 "배우자 기도"라고 합니다. 


그때, 썸(?)을 타고 있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모임 뒤풀이가 끝나고 저희 집에서 같이 술을 먹게 됐어요. 거실에 있는 식탁에 노트 하나랑 인바디 검사지(그게 여기 왜 있냐고!)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거 봐도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거기 있는 노트? 그건 필사노트라 상관없어~ 어차피 숨겨야 될 일기장, 기도노트는 이런 데 없지~" 

"기도 노트? 누나 크리스천이야?"

"나? 뭐 다니는 교회가 없긴 하지만 말씀 읽고 기도하고 하면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 친구는 인바디 검사지를 보고 싶어 했는데, 저는 그게 거기 있던 필사노트라고 생각했던 거죠. 왜 갑자기 묻지도 않은 그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도노트가 있는 걸 자랑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당시 제 기억으로도 썸남은 꽤나 많이 놀란 듯했습니다. 


구 썸남, 현 남친과 저는 약 두 달 가까이 썸을 탔습니다. 사실 썸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했죠. 초반부터 저랑은 찐 남매처럼(남친의 누나와 제가 동갑이고, 제 남동생과 남친이 동갑입니다) 지내자고 선을 그었던 터라 제가 이 사람이랑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애매한 건 딱 질색이었고 그래서 매일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이전 브런치 https://brunch.co.kr/@33dbe9aa29c541c/19 참조, 저의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그렇게 흐지부지 썸을 타다가 단둘이 만난 첫날, 여행을 갔는데 술을 마시면서 남친이 그러는 거예요 


누나랑은 연애는 잘 모르겠고, 바로 결혼할 거 같아! 


이게 무슨 전개인가... 싶으시죠? 제가 두 살만 어렸어도 이런 얘기했으면 얘 뭔가... 하고 무시했을 거예요.

 

더 웃긴 건 제가 그날 여행 가는 짐을 챙기면서 김치랑, 언젠가 해준다고 약속한 감자전을 해주겠다고 감자랑 치즈 같은 거 챙기면서 (강원도 가는데 충청도에서 감자 챙겨가는 1인 ㅋㅋ)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아... 이거 보면 얘 나한테 결혼하자고 할 거 같은데...?


그렇게 누나랑은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던 구 썸남과 저는 갑작스럽게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과거의 저를 보면, 썸 같은 거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닌 거지 애매한 관계 유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썸남은 경기도 북쪽에, 저는 충청도 그것도 서쪽에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애당초 연애를 하거나 만날 생각을 하는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너와 나의 거리 129km... 멀어요 


이 글이 뭐가 하나님을 만난 거라는 거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게 하나님이 아니면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커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선 서로가 항상 기도하던 그 이상형이에요. 


구 썸남, 현 남친의 이상형 


1.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이거 엄청 애매한데 저랑 썸 탈 때 하루에 두 세 시간씩 통화했거든요. 그것도 엄청 신나서...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 잘 통하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했대요. 
2. 믿음이 있는 사람, 남친은 제가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고 합니다. 
3.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 술 마시면서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한쪽만 먹으면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 그래도 좀 마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대요. 저희는 둘 다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이 정도만 공개합니다. )


저의 이상형 

1. 자격지심이 없는 사람, 남친은 자격지심이 없습니다. 꿈이야기를 하거나 어이없이 당당한 저를 귀여워해주는 편이에요. 
2.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 친구 같은 사람을 원했는데 남친과 저는 티기타가가 잘 됩니다. 개그 코드가 잘 맞는 거 같아요. 
3.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사람, 처음 인사 갔을 때도 그렇고 양가 상견례 할 때도 그렇고 이 부분은 저희 부모님께서도 인정하셨습니다. 양가의 가족분위기가 비슷해요. 


제가 크리스천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남친이 저에게 물어보게 된 일이나, 과거의 저라면 절대 받아주지 않았을 썸이라던가, 어이없이 첫 여행에서 결혼을 얘기하고 준비했다던가. 만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사람을 서로의 부모님께 소개했을 때 모두 너무 기뻐하며 찬성하셨다던가. 이런 타이밍은 사람이 인력으로 하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들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요즘에 농담처럼 "내가 두 달만 너를 먼저 만났어도 우리는 시작도 안 했을 거야"라고 말합니다. 진짜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거든요. 심지어 예비 시어머니께서 매일 "돕는 베필을 얻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셨다는데 저를 보시고는 기도를 들어주셨다면서 좋아하셨어요. 


만남부터 결혼 준비 시작까지 이렇게 고속도로라고?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아무런 제한 없이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것이 하나님이 하신 커플매니징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은 제한이 없으시니까요. (물론 결혼 준비 중에는 시련이 있긴 합니다. 그건 또 다음 이야기에 풀어지겠죠? ㅋㅋㅋ) 




저는 살면서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많았어요. 힘든 시간을 지나온 만큼 이제 너무 좋은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의 소소한 경험을 통해서 다른 분들이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풀리길 바랍니다. 축복받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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