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ㅇ신으로 살았던 1년 반의 기록.
실로 오랜만에 보는 조회 수&공유 수(눈물). 꽤 오랜 시간 준비해온 다이어트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 회사 리즈 시절 이후 정말 오랜만에 보는 콘텐츠 수치다. 정체되어 있던 구독자 수도 증가했다.
나는 피키에서 뷰티 크리에이터 '뷰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뷰ㅇ신 아님) 카드형 콘텐츠를 주로 제작했던 시즌 1을 지나, 영상 콘텐츠로 뛰어들어야 하는 환경에 놓이며 시즌2부터는 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제작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로 전환하며, 스스로의 경쟁력을 분석해봤었다. 점점 치열해지는 뷰티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나는 어떤 차별성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을 더할수록 롤모델로 삼고 있는 포니 언니나 이사배언니 같은 크리에이터는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들에 비해 나는 '전문성'이 없었다. 크리에이터 이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전문성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메이크업 전문 지식'을 들려줄 수 있는 그들에 비해 28년 평범하게 살아온 나는 경쟁력이 없었다.
애초에 똥손+화장 초보인 내가, 화장 스킬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컨셉으로 시작했던 '뷰신'은, 시즌1을 통해 어느 정도 화장 실력을 갖추게 되자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점점 부족해졌다. 화장 초보만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 기획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섰다. '메이크업'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볼 것인가, 새로운 주제를 잡을 것인가.
그러나 메이크업을 좀 더 배워보는 첫 번째 방향은, 내가 1년을 전문적으로 배운다고 해도, 메이크업 업계에서의 현장 경험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잔뜩 가지고 있는 '이사배 언니'나, 뷰티 크리에이터 활동을 오랜 시간 이어오며 노하우를 축적해온 '포니 언니'의 발끝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므로,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방향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좀 충격적일지 모르지만)
메이크업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끔 한껏 꾸미고 싶은 날 잘 꾸밀 수 있는', '특별한 날 기분 전환할 수 있는'정도의 메이크업 실력을 갖추기 원했다. 그래서 뷰신 시즌1, 그리고 시즌 2 초반까지 딱 그 정도 내용을 담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길을 잃었다.
< 시즌 1 마무리 콘텐츠. 가끔 이런 병맛 콘텐츠도 만들었다. 이거 만들 때 진짜 행복했다. >
좋아하지 않는 주제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건 거의 고문에 가깝다. 게다가 내가 피키로 이직하고, 크리에이터라는 길을 선택한 건 '좋아하는 콘텐츠만'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어딘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나도 만들면서 즐겁고,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될 주제는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그리고 발견한 것은 나는 전문가의 이야기, 그들만의 언어를 초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뷰신 시즌 1을 진행하며 가장 보람차고 행복했던 댓글이 '이런 세세한 것까지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들이었다. 나 역시 모태 똥손이자 초보, 어떤 얘기든 몇 번을 듣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이해하는 이해력이 더딘 사람이라서, ‘아니 그런 것도 몰라?’, '이건 기본이야’라는 말을 듣고 의기소침했던 적이 많았고, 돌아보면 뷰신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뷰티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계정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전문가나 고수들이 '사람들이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포인트'들을 짚어내고 초보들의 언어로 설명하는데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래서 그 흔한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준비할 때도, 차별 포인트로 '변태같이 섬세한 설명'을 잡기도 했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뷰신의 '변태 뷰티 시리즈'였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청순 메이크업'과 '섹시 메이크업'룩 두 가지 튜토리얼을, 진짜 변태같이 세세하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메이크업 브러시를 잡는 손의 모양까지 설명했다)
콘텐츠 포맷은 짧은 프리뷰 영상과 카드 (주로 짤) 형태로 진행했는데, 직접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따라 한다고 생각했을 때 풀 영상 형태보다는 카드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방식이 더 편할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럴 땐 우리 회사 카드형 포맷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메이크업 룩'하나를 설명하는데 총 129장의 카드가 담긴 콘텐츠를 완성했었다.
메이크업 편 외에 헤어 편을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앞서 말했듯 만사 똥손인지라, 머리에 예쁘게 웨이브를 넣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해봐도 망치기 일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헤어 디자이너인 친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언니에게 한차례 배우고 내가 따라 해 보면서, 언니가 그때그때 잘못된 부분을 체크해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 '그런 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라는 실랑이가 반복됐다. 그리고 그렇게 온갖 자매 싸움을 하며 배운 포인트들을 콘텐츠에 담아 '똥손도 할 수 있는 봉고데기 편 콘텐츠'를 완성했다. (촬영 후 언니는 '나한테는 너무 당연해서,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손님들한테 더 자세히 설명해드려야겠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리고 이렇게 잘하는 분야를 발견한 과정을 거쳐, 앞으로의 콘텐츠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고 메인 슬로건을 새롭게 정했다. 이름하여 '뷰티 리포터' 뷰신. 굉장히 식상하고+식상한데, 직관적으로 내가 뭘 할지 알려주는 그런 슬로건이다. 리포터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며,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풀어낸 것처럼 그들이 가진 전문적인 노하우를 초보들이 알기 쉽게 풀어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방향성을 정하고 메이크업 다음으로 선택한 새로운 분야는 ‘다이어트’, ‘운동’이었다. 이미 이 세상에 정보가 넘쳐나는 카테고리. 그러나 한편으로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거나, 또는 유행하는 다이어트법을 무작정 따라 하다가 지쳐 쉽게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분야였다.
'이 분야에서는 어떻게 초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전문가의 지식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다이어트에 대한 상식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미 상당 수준으로 해박하다. 그러니 다이어트 상식을 알려주는 건 별로. 오히려 이 분야에서 초보는, 다이어트 상식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자꾸 실패하는 나와 같은 실패 반복자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한 무수한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은, 유행하는 다이어트 법을 내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따라 하거나, 내가 처한 환경과 미약한 의지력을 가지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도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실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 성향 등을 고려해서 현실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헬스장에 가거나 새로운 운동을 배울 시간은 안 되니 홈 트레이닝을 하자. 기간을 딱 정해놓고 도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한 달은 너무 짧고, 그렇다고 100일은 내 의지력을 유지하기에 너무 길다. 습관을 형성하는 평균적인 시간이 66일이라는 것에 의미부여를 해서 딱 66일만 해보자. 근데 홈트레이닝 중에서 어떤 운동을 하지? 복잡한 운동을 하면 또 하다 말 것 같은데... 아 맞다, 나 그나마 스쿼트 하는 것 좋아하지! 그래, 스쿼트만 66일 동안 한번 해보자!!!"
우연히 유명한 트레이너님과 인연이 닿아, 이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취지는 좋지만 66일 동안 스쿼트만 하는 것보다, 전신 운동을 결합한 변형 스쿼트로 운동 루틴을 구성하는 게 균형도 맞추고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다음 내가 현실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 환경, 할 수 있는 난이도 등을 말씀드리고 적당한 운동 수준을 정한 뒤, 66일 운동 루틴을 완성해 주셨다.
그리고 66일 동안 내 몸에 실험했다. 이번에는 운동 팁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기보다, '나의 체험'에 집중했다. 66일의 챌린지를 성공한 뒤, '물을 많이 마시세요', '소식하세요' 같은 흔한 다이어트 팁이 아닌 끈기 없는 운동 쪼렙인 내가 66일 챌린지를 무사히 마칠 수 있던 포인트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콘텐츠를 참고하세요 :D >
콘텐츠 가편이 완성되고 주변에 보여줬는데, '야 너 이거 이미지 갉아먹는 거 같아. 비포 사진 너무 돼지같다'라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러나 동요하지 않고 뱃살을 넉넉히 공개했다. 사전에 뱃살 사진을 아주 고화질로 찍어뒀다. 보통 다이어트 성공기를 보면 비포 사진은 화질이 떨어지거나, 스쳐 가듯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적나라하게 '제 몸이 이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했습니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적나라한 비포가 없으면 '저 여잔 원래 살 빼기 쉬웠을 거야'만 되어버리고, 아무에게도 어떤 용기도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꽤 오랜 시간 무언갈 체험해보는 형태의 콘텐츠는 꽤나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고, 어려웠다. 그러나 그렇게 공을 들인 만큼 반응이 돌아와 기뻤고,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한 것 같아 보람찼다. 또 한 가지 이 과정을 거쳐 얻게 된 것은, 크리에이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종류 중 하나, 그리고 아주 매력적인 주제 중에 하나가 바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시간을 들이고 실험해보기 어려운 것들을 '대리 체험'해보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는 인사이트였다.
다음으로는 퍼스널 컬러 편을 준비하고 있다. 어플에 올라오기만 하면 댓글에 콜로세움이 열리는 '퍼스널 컬러'를 주제로, 전문가와 이야기 나누고, 내가 느낀 것들을 이번에도 초보의 관점에서 세세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그리고 아마 그게 뷰신 시즌2의 종료가 될 것 같다. '읭? 이제 시작 아니냐 왜 종료하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텐데... 나는 이제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타이틀을 떼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창작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 좀 더 집중해 새로운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살 것이다. 탈 뷰신, 그리고 새롭게 돌아올 크리에이터 써머리의 콘텐츠, 기대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