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고 싶은 이유
내 꿈은 경험치 만렙인 할머니가 되는 일. 타투는 상징적인 표현이고, 몸에 직접 새기고 싶을 만큼 인상 깊은 다양한 경험들을,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는 의미다. (물론 좋은 경험 쪽으로다가) 그래서 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자동 재생되는 주크박스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을 배운 말 안 통하는 꼬꼬마들이 놀러 와 옆구리를 찌르며 '할머니 옛날 얘기 들려주세요' 했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펼쳐놓고 싶다. ‘할머니가 왕년에 말이지….’ 같은 꼰대 같은 얘기 말고, 펜트하우스급 몰입도가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줘야지. 타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줘도 좋겠고, 자주 놀러 올 수 있게 메뉴 가짓수가 많지 않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여행이 정말 가고 싶다. 무조건적인 여행 예찬론자처럼 그것이 인생을 바꾸는 깨달음을 준다거나,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거나, 그런 종류의 마냥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여행이 주는 새로운 경험들을 다시 겪고 싶다.
‘일상성에 지배되는 패턴화 된 행동의 반복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다. 지성도 감성도 그저 잠들어 있을 뿐이고, 의욕적인 행동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여행은 일상성의 탈피 그 자체이므로 그 과정에서 얻은 모든 자극이 색다름의 요소를 가지며 그 사람을 바꾸어 나간다. 여행 전과 여행 후의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일 수 없다.
[사색 기행, 다치바나 다카시]
다차바나 다카시는 말했다. 내 육체를 이동시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고.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낯선 공간에서 하루 종일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돌아다니며, 느끼한 음식만 내내 먹다가 포슬포슬한 흰쌀밥과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눈물 흘릴 지라도, 나는 먼 나라로 다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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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나가라.
해적도 되어보고, 보르네오의 왕도 되어보고, 소련의 노동자도 되어보라.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언제쯤 러셀이 말한 대로 살아볼 수 있을까.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날을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