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인은 허물어가는 비닐하우스에서 우리가 왜 지금 사는 곳을 옮겨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 중이다.
꿈을 꿨다. 우리 가족들이 방공호 같은 아주 깊은 지하에서 몰래 모여 행복하게 지내는 꿈. 아빠와 엄마, 동생까지 함께 모여 어둡고 습한 흙벽을 배경 삼아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 순간이 언제 돌아올까 싶어 나는 계속 더 찍어야 한다며 네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네 가족은 군말 없이 계속 사진을 찍어준다. 셀카라 네 가족이 아주 가깝게 붙어야 하는데, 나는 그 거리가 좋았다.
나는 이렇게 아늑한 우리의 보금자리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좌표와 깊이를 기억해두려고 한다. 가족사진의 모두가 어색하지만 행복하게 웃고 있다. 얼마만의 가족사진일까. 모두 이런 날이 다시 오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다.
가족이란 괴롭지만 또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