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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그림씨 Mar 23. 2023

삼월의 부고

삼월의 부고.



유난히도 올 봄은, 삼월의 꽃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만큼 누구, 또 누가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 알림을 시도 때도 없이 받는다. 본인상부터 시작하여 그녘의 부모, 형제자매에 이르기까지 그 수많은 '잃음'에 대한 애도가 끝나지가 않는다.


아마도 내 나잇살이 더 먹어갈수록 부고의 메시지는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모양인데, 그 계절갈이라도 하는 듯, 나는 한 주 봄감기를 앓았다. 끙끙대도 감기야 혼자 앓아야 제격인 것처럼 나는 무사히 한 주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딸애의 손을 잡고 난 이 꽃나무 저 꽃나무를 옮겨가며 오늘을 담는다. 어쩌면 저 꽃나무 아래의 다채로운 빛깔과 드문드문 퍼지는 꽃내로 그 누군가의 연, 그 감정을 다잡는지도 모른다. 더이상 부고 알림에 눈이 뜨겁지 않다는 것이 슬프다. 그 슬픔이 내 저 심장 아래께의 우울을 눈뜨게 한다. 감정의 마름이 아닌, 부고에 부고를 예사롭게 넘기면서 예사롭지 않은 나의 감정을 다잡는다.


꽃잎 피고 지고, 꽃잎 피고 지고, 예사롭지 않으면서도 예사로운 자연의 순례 앞에. 갑작스러운 만장의 곡소리가 환청으로 들린다.


세상은 유난해도 인적은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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