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이상민, 2024). 특히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는 기존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넘어, 창의성이 요구되는 영역까지 자동화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어진다. AI는 어디까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AI와 공존해야 할까? 지금은 바로 이러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AI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게 될 미래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AI 기술, 특히 생성형 AI의 발전과 보급은 노동시장의 광범위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홍성민, 2024). IMF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특히 선진국에서는 약 60%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Georgieva, 2024). 또한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일자리 중 3억 개가 AI의 영향을 받아 자동화에 대체될 수 있다고 예측하였다(Briggs & Kodnani, 2023). 특히, 과거 AI가 주로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에 머물렀다면,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 분석, 의사결정 지원과 같은 인지적 활동으로 확장되면서 이제 AI는 블루칼라 넘어 화이트칼라의 영역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2024)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육체로 하는 단순 작업이나 감각적 능력이 강조되는 직무는 AI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지만, 추론 등 인지 능력이 강조되는 직무일수록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도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육체적으로 노동이 많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AI 노출도가 낮았지만,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패턴을 찾아내는 일이 많은 산업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AI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는 AI 노출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과거 AI가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던 경향을 넘어서 이제는 사람의 언어, 추론, 분석 등 고차원 능력까지 보완하거나 때로는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AI는 이렇게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기존의 업무 수행 방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도 한다. 델 테크놀로지(Dell Technologies)의 창립자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역량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이한빈 외, 2025). 예를 들어, 리더는 본인이 몸을 담고 있는 회사가 추구하는 리더십 원칙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사례들을 AI에 미리 학습시키고, 구성원 특성과 자신이 전하고 싶은 바를 물어보면 AI는 효과적인 의사소통방법을 알려주고 리더는 그 방법을 통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직무에서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AI에게 맡김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사람은 보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과거의 AI가 주로 반복적이고 물리적인 작업의 자동화에 집중했다면, 생성형 AI는 인지적 업무 처리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AI는 단순한 대체 수단을 넘어, 잘 협업할 경우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AI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AI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미래의 일자리에서 인간은 더욱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인간과 AI의 공존과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자동화 논의가 인간과 기계를 대립적인 구도로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양자가 협력하여 성과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체스의 ‘센타우르 모드(centaur mode)’처럼 인간과 컴퓨터가 한 팀을 이루었을 때, 인간만 혹은 컴퓨터만으로 구성된 경우보다 더 강력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일반 업무 영역에도 확장되어 적용될 수 있다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상담원이 AI 챗봇과 협업할 경우, 기본적인 문의는 AI가 신속하게 처리하고 상담원은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함으로써 업무 효율과 고객 만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코딩, 제품 설계, 마케팅 전략 수립, 법률 문서 분석 등의 다양한 업무에서도 생성형 AI와 협업을 통해 그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따라서 AI와 인간은 대립적인 관계를 넘어, 각자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활용해야 한다. 인간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영역은 창의성과 혁신적 사고, 감정과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과 가치 선택, 복잡한 맥락 이해, 그리고 적응과 유연성이다. 반면 AI가 강점을 보이는 영역은 대규모 데이터 처리, 패턴 인식과 예측, 반복적·정형적 업무 자동화, 24시간 가동과 신속성, 계산의 정확도 등이다. 결국 인간은 방향과 가치를 설정하고 윤리적 활용을 책임지며, AI는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도구로서 기능함으로써 업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인간과 AI의 협업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조직문화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사람과 AI가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을 때, 누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원칙도 명확히 정립되어야 한다. 아울러 직원들이 AI와 협력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과 ‘AI 활용 윤리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조직은 AI와 인간의 시너지를 효과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는 곧 조직 구조의 변화로 이어진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사람과 AI가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를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AI의 확산은 기업의 조직 구조에도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AI가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를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조직모델이 논의되고 있다(박태준 외, 2023).
대표적인 방식은 COE(Center of Excellence) 지원 구조다. AI 전문가 수가 많지 않은 기업에서 전문가를 한데 모아 COE를 구성하고 각 현업부서에서는 AI 활용 및 적용을 위한 AI 비즈니스 파트너(BP)를 배치해 협업하는 방식이다. 초기 단계 기업에서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적합한 조직구조이며, 이 구조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Unilever, P&G, GM 등을 들 수 있다. 전문인력이 늘어나면 매트릭스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 특정 부서의 도메인 전문가와 AI 전문가가 함께 일하며, 사업부서와 기술부서에 동시에 보고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품질관리팀과 데이터팀이 협력해 불량률 예측 모델을 운영하는 방식이 그 예이다(박태준 외, 2023).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는 조직 내 AI 전문가 비중이 높거나 AI 기반한 사업/서비스를 운영하는 미국 IT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구조로, 허브팀이 기술을 지원하고, 스포크팀은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이 조직구조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IBM, Microsoft, Google 등이 있다. 특히, 이 구조는 안정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한다. 마지막으로 AI가 보편화되면 현업 주도형 구조가 이상적이다. 이 구조는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미래형 조직형태다. 대부분의 부서가 AI 활용 역량을 갖춘 도메인 전문가와 AI가 협력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중앙 조직은 최소한의 관리만 한다. 이때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협력자로 기능한다(박태준 외, 2023).
결국 어떤 구조를 택하든 중요한 점은, 직장인에게 AI는 더 이상 멀리 있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된다는 사실이다. 반복 업무는 줄고, 창의적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AI를 두려움이 아닌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AI의 발전은 한편으로는 기존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복잡한 계산을 처리하며, 숨은 패턴을 찾아내는 데 강점을 보인다. 반면 인간은 창의적인 사고력, 감정에 대한 공감, 그리고 도덕적 판단과 같은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둘이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며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AI에게 맡김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사람은 보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미래의 일자리는 AI를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료로 받아들이는 개인과 조직에게 열릴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곧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Georgieva, K. (2024). AI will transform the global economy. Let’s make sure it benefits humanity. IMF Blog. Retrieved from https://www.imf.org/en/Blogs/Articles/2024/01/14/ai-will-transform-the-global-economy-lets-make-sure-it-benefits-humanity
박태구, 강진구.(2023). AI와 인간의 공존 시대, HR의 역할. LG경영연구원 2023. 10. 보고서
전병유. (2024). 인공지능(AI)이 일자리에 치는 잠재적 영향. 한국의 사회동향 2024.
홍성민. (2024). AI에 의한 노동시장 변화 대응 입법연구. 한국법제연구원 세부과제 24-20-2 연구보고서
이상민. (2024). 인공지능과 미래의 일자리. 노동법률 2024년 2월호
이한빈. (2025). 리더가 AI를 만났을 때, AI 증강 리더. LG경영연구원 2025. 02. 보고서
Briggs, J., & Kodnani, D. (2023). The potentially larg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economic growth (Global Economics Analyst Report). Goldman Sachs 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