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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윤리의 세 번째 기둥: 독립성

언론윤리를 구성하는 세 개의 기둥에 대해 

 한 방송기자가 취재에 나선 이유가 ‘엄마의 민원’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엄마와 관련된 일이면 문제가 있어도 보도하면 안 되는 걸까?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언론 보도의 독립성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언론이 어떤 보도를 하는 데에 사안 자체에 대한 공익적 판단 외에 다른 이유가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정치적 이해관계,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언론 보도가 정파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이것은 사안을 공정하게 보지 못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진영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보도에 관한 결정을 한다는 말이다. 


 언론인은 물론 뉴스 소비자들에게도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보도나 나쁜 보도를 가르는 기준을 보도 자체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보도가 누구에게 유리한지, 누구를 공격하는 것인지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을 곤란하게 만드는 보도라면 제대로 사실확인을 한 것인지, 사안 자체가 공익성은 있는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좋은 보도로 칭찬하고, 반대로 자기편에게 불리한 보도라면 아무리 사실에 입각해서 공익성 있는 내용을 보도해도 의도가 불순하다는 둥, 엉터리 보도라는 둥 공격을 하는 사람이 많다. 

 

언론인들 중에도 권력에 대한 비판과 정치적 편향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언론인들은 주로 자신이 반대하는 진영이 집권했을 때만 권력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열심히 하면서 자신들이 정의로운 언론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SNS 등에 공표하면서 반대 진영에 대해서만 가차없는 비판을 퍼붓는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권력 감시의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언론인은 독립성이라는 언론윤리의 핵심 원칙과 거리가 먼 정파적 언론인이다.


 문제는 이런 언론인들에게 열렬히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 내 편을 들어주는 기사를 써서 칭찬하던 기자가 다음날 내 편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순간 칭찬의 시효가 끝난다. 바로 돌변해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이런 비판을 피하려면 일관되게 특정 진영을 옹호하는 것이 필요한데, 사안에 따른 독립적인 가치 판단을 한다면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 원로 언론학자 강준만 교수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던 것처럼 이른바 ‘사이다 언론’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은 항상 자기 편에 유리한 기사, 상대편을 공격하는 기사를 좋은 기사라고 주장한다. 이런 요구에 영합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윤리적 언론을 실천하려면 항상 누군가로부터 욕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치적 편향성 외에도 이해 충돌의 문제도 독립성에 큰 방해가 된다. 이해 충돌은 언론인 개인의 이해관계, 언론인이 소속된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기사 판단에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한다. 광고주가 불편해할 기사, 언론사 대주주에 관련된 기사, 그리고 언론인 개인의 투자와 관련된 기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순수한 기사 판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언론의 보도나 어떤 형태의 콘텐츠든 이렇게 누군가의 이해관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은 ‘공익’을 최우선에 놓고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언론의 독립성 여부는 곧바로 언론의 공익성 문제로 연결된다. 언론인이 오로지 기사 가치만을 중심에 놓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바로 공익성이라는 원칙을 지킨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독립성이라는 언론윤리의 세 번째 기둥은 공익성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언론윤리의 핵심 개념을 두 가지로만 정리한다면 ‘사실성’과 ‘공익성’을 꼽을 수 있다. ‘독립성’을 별도로 언급하는 것은 공익성의 실질적 내용을 보다 분명히 하는 것과 함께, 실천적으로 공익성 원칙을 달성하는 방법이 바로 독립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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