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Chester
한국에서는 흑맥주를 마시는 일이 거의 없다. 한국의 흑맥주는 씁쓸하기만 하고 내가 선호하는 맥주의 맛이 아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흑맥주를 찾게 된다.
도넛에 이어, Chester에 가면 꼭 하는 일 중에 다른 하나는 City Centre에 위치한 아이리쉬 펍에서 멍 때리며 기네스를 마시는 일이다. 영국에서 마시는 기네스는 한국 기네스와는 다르게 첫맛은 부드럽고 끝 맛이 약간 씁쓸한 게 매력적이다. 이 기네스 때문에 혼자서 더블린 여행 계획도 세운적 있다.
영국의 어떤 펍을 방문해도 기네스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왠지 기네스는 아이리쉬 펍에 가야 할 것 같아 나는 이 펍에서 기네스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테라스에는 테이블 2개가 있는데 정말 바람이 소스라치게 불지 않는 이상 얼죽아처럼 항상 얼죽테(얼어 죽어도 테라스)를 선택한다. 테라스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Pint크기의 기네스를 마시면 차가운 공기도 식혀주는 기분이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처음에 혼자 영국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게 망설여졌었다. 그런데 막상 펍에 들어가 보면 혼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여기서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는데, 분명 혼자 들어왔던 사람이 옆에 혼자 앉아있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인사를 건네고, 각자의 맥주잔 앞을 지키며 가까운 듯 멀게 이야기를 한다. 처음 이런 모습들을 보고 그들은 왜 굳이 펍까지 나와 혼자 맥주를 마시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들은 펍에서 혼자 맥주 한잔을 마시는 행위를 우리가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행위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면 영국 펍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망설여지는 일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대부분의 영국 펍은 일반 식당처럼 오전 11시 혹은 점심시간에 영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음식도 판매하면서 점심에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점심 특선 메뉴도 있다. 나의 경험상 영국 펍의 음식은 생각보다 맛과 퀄리티가 괜찮다. 처음 영국 어학연수를 간다고 했을 때 지인들에게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펍에서 음식을 주문할 생각조차 안 했었다. 그런데 자주 가던 펍에서 우연하게 시킨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었고, 그 이후 영국 펍에서 맥주와 함께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펍들이 생겨 종종 혼술을 하러 가고 싶다. 가끔은 커피가 아닌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27 Northgate St, Chester CH1 2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