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Chester
영국에서는 식당만큼 펍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펍마다 역사가 깊고 특색이 있어서 여러 펍을 다니며 맥주 한잔씩을 마시는 재미가 있다. 런던에는 역사가 오래된 펍, 즉 'Historical Pub'을 하나씩 찾아가는 투어 코스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펍은 영국과 아이랜드의 대표적인 문화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생겨난 펍은 영어로 대중적인 장소라는 의미의 'Public House'의 준말로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새로운 사귀는 만남의 장소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영국인들도 펍은 쉽게 찾는 듯하다.
3년 전 Devatap이라는 펍에서 친구와 감자튀김에 맥주 한잔을 하고 있는데 백팩을 멘 청년이 들어왔다. 그 청년은 바 앞에 서서 파인트 사이즈의 맥주를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맥주를 원샷하고 유유히 떠났다. 그 청년의 행동에 어느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직원은 익숙한 듯 청년이 떠나자마자 맥주잔을 치웠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상상하면 마치 꿈처럼 나에게는 어색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영국인들의 펍 문화를 이해한다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Devatap은 맥주 대회에서 1등 한 이력이 있는 펍이다. 그래서 다른 펍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 tap들을 볼 수 있다. Devatap에서는 음식도 주문할 수 있는데 그중 피자가 정말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다음 Chester 여행 목표는 Devatap에서 피자를 먹는 것이다.
여기서 Devatap을 방문할 때 주의할 한 가지는 반드시 여권을 가지고 가야 한다. 다른 펍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는데 나이 확인을 위해 ID카드를 보여달라고 했다. 30대인 나와 친구는 신분증 검사는 상상도 하지 않아 여권을 챙겨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몇 년도에 태어났고, 친구는 여기 살고 나는 여행을 왔고 구구절절 설명을 했다. 다행히 다른 여직원이 친구가 종종 가족들과 피자를 먹으러 왔던 것을 기억해 잘 넘어갈 수 있었다. 30대에 신분증 검사라니, 너무 뿌듯했다.
Devatap을 1차로 시작한 다음에 The Brewery Tap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Chester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중세 시대 석조 형태의 건물로 영국 국립 유산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 펍의 건물은 Gamul House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데, 영국 내전 동안 왕당파 지지자였던 프랜시스 Gamul 경이 머물렀던 집이어서 Gamul House라고 한다.
이곳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웅장함이 느껴질 정도로 높은 천고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은 천고 덕분에 12월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한다. 아마 Chester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트리일 듯하다.
연말이라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만석이었다. 하지만 체스터에서의 마지막 밤이기에 남녀 커플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자리가 남아 보여서 양해를 구하고 합석을 했다. 이곳은 다른 펍들보다 테이블이 긴 편이다. 그래서 6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많은 데다 높은 천고 탓에 펍 안은 금방 시끌벅쩍해졌다. 우리도 그에 맞춰서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게 Cider 한잔씩 마시고 그다음 문이 열려있는 아무 펍에 들어가 다른 종류의 Cider를 한잔으로 체스터에서의 마지막 밤을 끝냈다. 지금 생각해도 완벽한 체스터의 마지막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