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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엔지니어 Jul 27. 2024

이것저것 못다한 이야기 - 5

아트와 사이언스의 미학 - MD

안녕하세요. 이번 주엔 특별 섹션으로 ZARA 얘기 해보겠다고 했죠? 친환경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패스트 패션 신봉하진 않지만,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관점에서 인디텍스(ZARA)는 보고 배울게 아주 많은 기업이예요. GAP도 운영이 어려워진지 오래이고, forever21은 반짝하다 파산했고, H&M도 겨우 버티는 상황에서, 이토록 오래 좋은 실적을 내며 롱런하는 패션 기업이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긴 하거든요. 여담이지만, 스페인에서의 ZARA의 위상은 대한민국의 삼성전자급이랄까~ 매출 규모는 삼성전자 1/5 수준이지만, 그래도 대단하죠.

 


ZARA, 패스트 패션의 혁신적 리더

1975년 스페인에서 설립된 이후, 패스트 패션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사실 ZARA의 성공은 디자인 때문이라기 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효율적인 공급망 관리에 있다고 알려져 있죠. 어찌되었건 대중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이토록 롱런하는 케이스는 드문데, 실적도 보통 좋은게 아니예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며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온라인 판매 강화와 매장 최적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매출액 약 360억 유로 (약 53조원)

2023년 기준, 전 세계 5,692개 매장 운영 (2019년 7,469개 까지 전개했으나, 팬데믹 이후 전략 수정)

ZARA(Home 포함)는 지속적으로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핵심 브랜드 역할 수행

수익성 개선 : 매출이익률이 2019년 55.9%에서 2023년 57.8%로 매년 꾸준히 개선되었으며, 이는 효율적인 재고 관리와 비용 절감 노력의 결과로 추정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 대략 25:75

2023년 기준, 영업이익율 약 15% (2020년 제외 늘 10% 이상이었으며, 최근 더 좋아짐)

아래 표에는 없으나, 재고 회전율 약 6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업계 평균(약 3-4회)을 크게 상회함. 

ZARA(home포함)의 매출 기여도는 약 70%이나, 이익율과 운영효율 관점의 기여도는 70% 이상일 것으로 추정


인디텍스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2020~2023년 리포트를 근거로 claude가 정리해준 지표



'고객대응=속도'와 디지털 혁신

제가 ZARA의 고장 스페인에서 SCM을 공부했거든요. ZARA는 패션 기업으로는 매우 드물게 SCM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엄지척하는 우수 사례로 거론되요. ZARA는 오직 "빠른 고객 대응" 이라는 전사 전략에 맞춰 공급망이 아주 심플하게 얼라인되어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는 기업이예요. 수직 통합 모델을 통해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며, 이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기업입니다.


ZARA SCM 핵심 요소

a) 빠른 제품 개발 주기 :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2주 단위로 신상품 출시

b) 다품종 소량 생산 : 연간 40,000개의 디자인 출시한다고 알려져 있음 

c) 근거리 생산 : OEM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사 패스트 패션 기업 대비, 유럽 내 근거리 생산 비중을 높여 운송 시간과 비용 절감 

d) 실시간 정보 시스템 : POS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수요 예측하는 것은 기본 

e) ★ 중앙집중식 물류 시스템 : 원거리 OEM 생산 제품 조차도 일단 스페인 중앙 물류 센터를 거쳐서 재분배 함 (비용보다 운영의 효율성을 중시)

f) 주2회 비행기 배송 : 비용보다 속도를 중시 


ZARA는 이러한 기초 SCM 전략을 디지털 혁신과 결합하여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ZARA는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이 SCM의 핵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ZARA 디지털 혁신 주요 사례

a) RFID 기술 도입 : 재고 추적의 정확성과 효율성  

b) 빅데이터 분석 : 고객 행동과 선호도를 더 정확히 예측하여 상품 기획에 반영 

c) AI 기반 수요 예측 :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재고 관리를 최적화 

d) 클라우드 기반 공급망 관리 : 글로벌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


ZARA는 RFID가 다소 비싸고 정확성이 높지 않을 때부터, RFID를 물류 시스템에 도입했어요. 2012년 제가 공부했던 스페인 Zaragoza 지역에 인디텍스 물류창고가 있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제품이 일단 행거로 입고되어 라인을 따라 움직이다보면, 이 RFID 칩을 인식하며 미리 짜여진 분배 계획 대로 각 매장 라인으로 툭툭 분리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뒤에 언급한 것처럼 중앙집중식 물류 시스템 때문에, 중국에서 OEM 생산한 옷도 다시 스페인 창고로 이동하여 위의 과정을 거친 후에 중국 매장으로 다시 분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비용 관점에서는 비효율이나, 모든 것을 중앙에서 집중 관리함으로써 재고 관리 정확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기초 전략에 얼마나 충실한 기업인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여담이지만, 당시 저는 어린 자녀와 떨어져 외로운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스페인의 중소도시인 Zaragoza에 주 2회 오가는 대한항공 화물기를 보며 향수병에 손을 흔들곤 했답니다. 그 비행기에도 ZARA옷이 가득 실려있었을거예요.  



MD 업무 프로세스

SCM의 한 부분으로서의 ZARA의 MD(Merchandiser) 업무 역시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 전략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창의적 직관과 데이터 분석이 조화를 이루면서요. 아래는 MD의 주요 업무를 정리해 봤는데, 딱집어서 ZARA의 MD 업무로 소개되는 자료는 거의 없었기에, 여러가지 정황을 근거로 제가 추정한 내용이라 이해하신면 좋겠습니다.  


a) 트렌드 분석 및 상품 기획   

지속적인 시장 트렌드 모니터링

패션 쇼, 소셜 미디어, 스트리트 패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 수집

POS 데이터 및 매장 직원들로부터 실시간 고객 피드백 수집 및 분석

다양한 정보와 MD의 직관을 바탕으로 주간 단위로 상품 기획 (ZARA는 이미 오래 전부터 2주 단위 기획을 했기 때문에, 최근 트렌드가 된 drop식 기획이나 캡슐 콜렉션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인디텍스 내에서도 마시모두띠 같은 메스티지 브랜드는 다소 시험적인 한정판 캡슐 콜렉션을 시도하고 있죠)  

b) 연간 생산 기획   

트렌드 예측과 과거 판매 데이터를 결합하여 대략적인 연간 목표를 설정

이를 주간 단위로 세분화하여 유연하게 관리

전통적인 시즌 기반 기획을 넘어서, 연중 지속적인 상품 출시 계획

c) 카테고리 매니지먼트

핵심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롱테일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
- 주력 카테고리(예: 여성 캐주얼 웨어)에 리소스를 집중 투자하여 시장 선도력을 유지
- 동시에 다양한 니치 카테고리를 통해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원스톱 쇼핑 경험 제공

롱테일 전략으로 인한 과도한 재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수량 기획
- 새로운 디자인을 소량으로 먼저 출시하여 시장 반응 테스트
- 유연한 생산 체계 관리 (신속한 추가 생산 결정 or 생산 중단 결정)
-      글로벌 재고 재배치
- 판매 데이터에 기반하여 동적 가격 운영

다품종 생산의 비효율을 상쇄시키는 효율적 재고 관리

카테고리별 성과를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리소스 배분 최적화

d) 디자이너와의 협업   

약 200명의 디자이너와 협업 (200명이라 알려져 있음)

디자이너와 실시간 소통을 통한 트렌드 정보 공유 및 디자인 방향 결정

시장성과 생산 가능성을 고려하여 디자인에 피드백 제공

e) 샘플 평가 및 품평회   

주간 단위의 소규모 품평회 진행

MD, 디자이너, 생산 담당자가 함께 참여하여 빠른 의사결정

실시간 판매 데이터와 매장 피드백을 바탕으로 평가

f) 가격 및 수량 결정   

실시간 판매 데이터와 재고 정보를 활용하여 신속한 의사결정

수요 예측 모델을 활용하여 생산량 결정

가격은 제품의 지각된 가치, 시장 상황, 경쟁사 가격 등을 고려하여 결정

심리적 가격 책정 전략(예: 29.99) 활용하여 가격 결정 

g) 생산 납기 관리   

생산, 구매 등 유관 부서와 긴발히 협력하여 납기 관리

주간 단위로 생산 현황을 체크하고,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

디지털 툴을 활용해 전체 생산 과정 실시간 모니터링

h) 재고 관리   

실시간 재고 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재고 관리

매장별 판매 실적에 따라 신속하게 재고 재배치 결정

최적의 재고 수준 유지를 위한 의사결정

시즌 말 재고 처리 방안 결정 (할인 판매, 아울렛 이동, 재활용 등)



지속가능성 노력과 향후 과제

인디텍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최근 리포트들을 검색하다보니,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었어요. 빨리 소모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지만, 그래도 다른 유사 브랜드 대비 지속가능성을 대비하는 것이 확인되긴 합니다.


a) 유기농 면,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확대 

b) 'Join Life' 컬렉션 같은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 라인 운영 

c) 매장에서 중고 의류를 수거하여 재활용하는 프로그램 운영 

d) 매장과 물류 센터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 

e)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 사용 확대


하지만, ZARA를 포함해 모든 패션 브랜드가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앞으로 개선 과제는 훨씬 많아요.

a) 전체 공급망에 대한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 확보 

b) 생산 및 물류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측정을 통한 축소 목표 관리 

c) ★ 제품 수명 주기 전체를 고려한 순환 경제 모델 강화 (모든 제품이 100% 재사용 가능한 무한 루프를 만들 수 있다면!)

d) 전 세계 공급망에서의 노동 조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 

e) 소비자들의 지속가능한 소비 습관을 장려하는 캠페인 강화



오늘 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어떠셨나요? 그런데, 이 시리즈를 브런치에서 계속 연재할지... 아니면 매체를 바꿔볼지도 고민중입니다. 어떻게 되었든 다음주도 기대해 주세요~


※ 이 글은 발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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