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않을 자유
내가 가장 못견디는 것?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일 것이다. 졸려도 낮에 잠을 자는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절대 안되는 일이고, 늘 무언가를 하고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빈둥대는 것도 싫고, 여행에 와서도 다음을 생각할 때가 많았던 내가 달라지고 있다.
멍때리며 머리를 비우는 순간도 소중하고, 발을 딛고 있는 지금 현재를 온전히 느끼는 연습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명상도 그래서 그동안은 진득하게 하질 못했나보다. 3분 정도 지나면 이제 그만하고 다른 걸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멍하니 있는 시간조차 쫒기도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편안하게 멍을 때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니 간만에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호흡에 집중하고, 숨소리를 알아차리며 번잡한 생각들을 비워내는 과정이다. 쉼의시간을 갖기위해 놀러온 걸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현재에 충실한 시간이 맞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이유는, 생각이 늘 미래에 얽매여있었기 때문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그 다음엔 뭘하지. 뭘 해야하는데... 이런 생각에만 강박적으로 매여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내게는 능력처럼 보인다. 조급한 마음을 잠재우고 생각이 과거와 미래에 가있지 않아야만 부릴 수 있는 여유라 생각한다.
하지않을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또한 충실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