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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19

철학과 자유

by 매글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고,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


책을 읽다보면 가끔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위 문장이 그랬다.


내가 욕심내는 건 지혜가 아니라 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을 지식으로 채우려 했던 것인가.


책을 읽고 깨달음이 오는 순간을 사랑하지만 실천으로까지 이어지기 보다는 생각에서 그칠 때가 더 많은 듯 하다. 책을 읽고 새로운 걸 알게되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귀하고 소중하다. 마음의 동요가 일고, 지적 자극이 일어나는 순간을 좋아하는데, 이 또한 소유의 영역인가 의문이 든다.


철학이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철학에 대해 논하는 것과 철학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말도 가슴에 와 닿는다.


내 삶을 바꾸는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문장을 읽으니, 철학이 더욱 좋아진다. 실용, 효율성, 현실, 이란 단어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느끼는 나 자신이기에 실용적인 철학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이 왠지 반갑게 들린다. 철학을 좋아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혜로워지고,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고 싶다. 무엇에도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고. 그렇다면 더더욱 철학이 내 삶에 필요하다.


상대를, 사회를 개선하는 것이 철학이 아니다. 나 자신의 티끌을 알아보고, 두려움을 마주하며, 그것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무엇을 해야할까? 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좋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줄 아는 삶. 그렇게 스스로 방향을 잡아가며 나답게 살아가는 삶이 철학하는 사람의 삶이 아닐까.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자만이 철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말고, 내 삶의 전제나 당연하다 생각하는 조건들에 궁금증을 갖고 하나씩 답을 해본다면 그는 이미 철학하는 사람이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다른 말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호기심처럼 궁금증은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될는지, 어떻게 하면 좀더 좋은,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되는 것들부터 시급히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렵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철학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실천이 뒤따르지 않아 그럴 것이다.


철학이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철학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서 철학하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싶다.


철학 책을 읽고 감명받고 깨달음을 얻는 데에서 한 발 나아가, 작은 것 한 가지라도 나의 삶에 실천해보자. 그렇게 지혜로운 사람에 한발씩 가까워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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