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의식 23

아줌마, 자연스러운 성장, 행복

by 매글이


아무도 없는 무인카페에 혼자 앉아 있었다. 4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자신의 엄마에게 말을 한다. " 여기 아줌마 한 명 밖에 없다."


아.줌.마. 별로 좋게 들리지 않았던 이 단어.

좋지 않다기 보단 내가 벌써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늙었나? 하는 생각에 한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말이었다.

기분이 엄청 나쁜 건 아니지만 은근 신경쓰였던 이 단어가 어제는 그닥 아무렇지 않았다.


너무나 어린 아이가 한 말이라 그럴 수도 있고, 아줌마라는 말을들은 지 수 년이 지나니 이제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익숙해진건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나이로 봐도 얼굴로 봐도 아줌마다. 인정해야지 라고 의지를 발휘한 적은 없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도 그 말에 화가나거나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으니 인정하 된 거겠지.


그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그런 자연스러움이 좋다. 나의 성장 역시 그렇게 자연스러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머릿속에 가장 많이 맴도는 생각은 자유와 나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생각. 모두 사는 동안 열심히 추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 그 순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자신에 대한 자유가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베풀어야지. 남을위한 이타적인 노력을 해야지. 이런 것들은 의지로 추구하는 것이 아닌, 저절로 추구되어야 한다는 입장 갖게 되었다.


스스로 자족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먼저 노력을 해야한다. 그 경지에 도달한 자라면 나누지 않고서는 베기지 못하는 상태가 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해가며 자유로워지는 노력을 하며 기다려야 한다. 내가 자유로운 것처럼 상대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도 서운하거나 내 것이 없어진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때까지 말이다.


역으로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건 아직 스스로 자유로운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자유로운 내가 되고싶다. 의지적으로 말고, 자연스럽게.


아줌마란 어색한 단어가 내게 서서히 스며들어 이제는 기분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는 단어가 되었듯이.


주변에 책을 내고 강의를 하며 선한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의깊게 생각해 볼 지점은. 그들의 결과물을 따라하는 것이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만은 않는다는 것.


그들은 그걸 통해 자유로워졌다기 보단, 자유로운 자신이 된 상태이기에 자연스럽게 그러한 나눔과 선행을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이라 보는 게 순서가 맞지 않을까 싶다.


1년 전의 나와 어제의 나를 비교해보면 분명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 조금은 덜 민감해지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설정해나갈 힘이 전보다 생겼음에 감사하다.


그 걸로 충분하다. 충분함의 마법을 믿는다. 이만하면 충분히 좋다는 상태가 지속되면 충분히는 빠지고 좋다만 남게 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매일 감사하는 습관으로 이만하면 충분히 좋은 오늘을 충실히 지내다보면 그저 좋은 날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것이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이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도 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의식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