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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터레스트 Oct 21. 2023

어서 오세요, 공황장애 입니다만. -1

그들이 겪는 이야기, 내가 겪는 이야기. 모두 같이 사는 이야기.

오늘 X에서 알던 분이 삶을 포기했다.
 


아니 정확히 안다고 하기엔, 나만 아는 일방적 관계지만 그건 차치하고 오늘 하루 중에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 삶을 포기하신 것은 죽었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저 그분의 전부였던 커리어도 꺾이고 먹고사는 모든 생계를 포기하셨다는 이야기다. 사유는 공황장애로 인해 자해를 시도하셨다고 한다. 그로 인해 더 이상 손으로 먹고사는 직업이셨던 직업을 잃어야만 하며, 여태까지 신뢰를 주었던 분들과의 관계 또한 엉망이 되셨다. 어쩌면 소송까지 휘말릴 수 있는 큰 문제도 걸려있었다. 이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굉장히 직업적 능력도 뛰어나신 분이었고,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현대에 와서 사람들이 정확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공황장애'라고 뭉뚱그리는 표현에 화가 났다. 정확히 말하면 '공황장애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저 공황장애만으로는 자해를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공황장애로 뭉뚱그려진 말에 나는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 나도 공황장애를 겪는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이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 상담, 약, 행동 모든 치료들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 힘들고 어렵지만,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다.

 이전에 겪고 분명히 나아졌던 공황장애가 거의 10년이 지나 재발했다. 그리고 항상 공황상태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겸허히 지내고 있다. 괜찮아졌을 때에도 언제나 긴장은 하고 있었다. 완치는 아니라고. 분명 중간중간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늘 금방 좋아졌다. 그렇게 나는 좋아진 줄 알았다. 나의 착각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오늘 그 소식은 정말이지 너무 충격적이라, 온몸이 떨렸다. 분명히 일에 잘 집중하며 평탄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너무 두려웠던 것은 

나 또한 언젠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도 나를 포기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호흡이 가빠지고, 시야가 흐릿하고, 손이 덜덜 떨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우리 회사에는 수면실이 있어서, 그곳에 누워 나아지길 기다렸다. 오늘치 약도 자기 전에 먹는 약을 제외하면 다 먹은 상태였다. 빨리 진정해야만 했지만 과호흡과 떨림, 식은땀은 나를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 도통 같았으면, 친한 동생이 내 상태를 봐주러 와주는데, 공교롭게도 현재 팀에 나 혼자 남아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공황장애로 죽는 사람은 없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냥 죽어버려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공황장애를 나쁜 생각들을 유입하기 시작했다. 몸이 힘드니 우울해지는 현상은 실과 바늘 같은 거였다. 이 실을 끊어내기 위해서 식은땀이 나고 손이 벌벌 떨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번이나 일어나려다 실패했지만, 이번은 달랐다. 일어나서 신발을 신고, 수면실을 나갔다.. 

따뜻한 물을 떠 놓고 자리에 앉아서 마음을 진정했다.


아직도 두려움은 있다. 정말 언젠가 나도 우울한 생각에 휩싸여 내 팔을 다 망가뜨리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생각. 그리고 오늘 누군가에게 일어났던 일. 나는 많은 사람들이, 공황 때문이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내적으로 근본의 우울함을 찾아서 케어했으면 좋겠다.


공황장애는 절대 사람을 죽일 수 없다, 고통스러울 뿐.


다들 이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너도나도 공황장애라고 하며 이 시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짜공황들이 많다. 심지어 우리 회사에서는 나를 보면 "엌 숨이 안 쉬어져! 공황인 것 같아"라며 뇌 없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깊게 내면을 들여다보아라, 상담 시에 '저 공황장애인 것 같아요'로 시작하지 말아 달라. 상태를 이야기하면 그저 우울증인 경우가 태반이다. 거기에 어쩌다 보니 공황이 살짝 선을 넘었을 뿐.

우울증이에요라고 말하기보다 저 공황장애예요라고 말하는 게 더 수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면 공황장애에 대한 수많은 오해로 가짜 공황 1, 가짜공황 2가 판을 치고 정작 케어받아야 할 진짜 공황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음에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제발 자신을 객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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