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을 시작하며

PM이 되고 싶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람의 기록

by 도토리

첫 글을 시작하며

브런치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꽤 됐다. 그런데 막상 첫 글을 쓰려고 하면 자꾸 미루게 됐다. 뭔가 더 정리되면, 보여줄 게 좀 더 생기면, 방향이 좀 더 명확해지면 그때 시작하자고.


그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고, 그러면서도 기록은 계속하고 있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노트 앱에, 가끔은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에. 형태는 제각각이었지만 생각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다만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언젠가 정리해야지, 언젠가 브런치에 글로 써야지 하면서 미뤄뒀다.


그 '언젠가'가 언제 올지 모르겠다는 걸 깨달았다. 준비가 됐다고 느끼는 날이 과연 올까.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그냥 시작하기로 했다. 부족한 상태 그대로.


PM이 되고 싶다.

이 문장을 쓰는 게 어찌보면 바보같다. 왜냐하면 굳이 먼 길을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미 그 자리에 있고, 누군가는 관련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을 텐데, 나는 지금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다. 공부하고, 프로젝트 만들어보고, 채용 공고 뜨면 지원서 낸다. 이게 언제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PM하기를 열망해서 PM과 상관없는 일을 할 적에도 퇴근 후엔 늘 프로젝트와 함께였다. 그렇게 생활한게 2년이 거의 다 되어가다가 결심이 섰다. 이 자리에 머물어서 앞으로 전진하기 힘들겠으니 퇴사하겠다는 결심. 그러니 나는 지금,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PM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직을 준비한다고 해야하나, 그냥 취업 준비라고 해야하나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가? 대 AI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사뭇 진지한 생각에 빠져들 때 최근에 스스로 결국 사람은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도메인은 딱히 정해두지 않았다. 게임이어도 좋고, 일반 서비스여도 좋다. 중요한 건 사용자가 쓰는 무언가를 설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거다. 서비스를 쓰면서 자꾸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묻게 됐다. 좋다 나쁘다보다 그 설계 뒤에 어떤 의도가 있었을지가 더 궁금했다. 불편한 서비스를 만나면 어떻게 하면 나을까 상상하게 됐고, 잘 만든 서비스를 만나면 이 흐름을 어떻게 설계했을까 뜯어보게 됐다. 그리고 어릴때부터 뭔가를 창작하는 일을 좋아해서 그런지 코딩 동아리를 하면서 접하게된 서비스 기획은 나에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언젠가 도착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지금은 과정 어딘가에 있다. 아직 내 꿈에 도착하지 못했고, 어쩌면 한참 멀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과정 자체를 기록해두고 싶었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있도록.


이 브런치에는 앞으로 이런 글들을 쓰게 될 것이다.

[서비스 기획 노트]에는 직접 만들어보는 서비스의 기획 과정을 담는다. 기능을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어떤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는지. 완성된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들과 나름의 해결 시도를 기록하려고 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기획서보다는 생각의 흐름이 드러나는 글이 될 것 같다.


[AI × 기획 실험실]에는 AI 도구들을 직접 써보면서 느낀 점을 기록한다. ChatGPT, Claude, Cursor 같은 도구들이 PM의 업무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기존 UX와 뭐가 다른지, AI 시대에 UX 라이팅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영역이기도 하고, 앞으로 PM에게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라 따로 카테고리를 뒀다.


[배움을 내 것으로]에는 공부한 내용이 실제로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쓴다. 책이나 강의에서 배운 개념이 막상 적용해보면 생각과 다를 때가 많다. 이론으로 알던 것과 직접 해보면서 느끼는 것 사이의 간극, 그걸 기록하고 싶다. 서비스를 분석하면서 배운 것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른 서비스를 뜯어보면서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를 고민한 흔적들,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갓생 노트]에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을 때 그 일과를 적는다. 공부하고 프로젝트 하고 운동하는, 그 나름의 리듬.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오늘 뭘 했는지, 어떤 하루였는지를 담담하게 남기는 공간이다.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중에 돌아보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생각의 조각]에는 아직 정리 안 된 생각들을 던져둔다. 글이 되기 전의 파편 같은 것들. 흔들리는 마음,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될 것 같은 불안, 자신감과 의심 사이를 오가는 감정들도 여기에 쓸 것 같다. 숨기지 않고 쓰고 싶다. 그게 지금의 나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정도의 마음이 남으면 좋겠다. 나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의 글을 읽으며 그런 위안을 받은 적이 있어서. 완성된 사람의 답이 아니라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 이 브런치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한다.


부족한 채로 시작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믿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