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보단 수리먼저
최근 인스타 피드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인간관계가 있다면 바로 끊어버리라는 내용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 그 사람의 어느 한 부분이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느 한 부분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면 그 사람과 바로 손절을 때려버리라는 것. 딱 보기엔 정말 속 시원하고 명쾌한 조언이다. 그러나 현실의 특히나 정이 많은 나는 그게 참 쉽지 않던데. 다른 사람들은 사람과의 관계를 끊는 게 그렇게 한 번에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우울해졌다.
언젠가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사람과의 관계는 집과 같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느 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집을 부숴버리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새로 벽지를 칠하고, 망가진 부분이 있다면 수리를 하고, 예쁘게 인테리어를 하며 그 집을 아껴준다. 새로운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으며 그 새로운 집은 점점 언젠가 훌쩍 떠나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소중하고 안락한 장소가 되어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크고 작은 갈등 하나에, 혹은 그 사람의 습관이나 태도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 사람과의 관계는 오히려 집보다도 더 많은 애정과 노력이 필요한 건데. 왜 요즘의 사람들은 관계에 어떤 크고 작은 문제하나에 바로 „손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걸까?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쉬워진 만큼 그 관계를 끊어내기도 쉬워져 버린 걸까?
나는 손절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 사람과 바로 손절을 하기보단 조금만 떨어져 지내라는 말을 해주곤 한다. 항상 똑같은 지루한 집을 떠나 여행을 떠났을 때 아무리 숙소가 좋고 새롭더라도 며칠이 지나면 내 방, 내 침대가 그리워지는 것처럼 사람도 함께 지내는 시간을 줄이고 만나지 않다 보면 문득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또 떠나 있는 동안 내 감정이 가라앉으며 다시 만났을 때 내가 화났던 부분이 괜찮아질 수도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이니.
물론 그 집에서 도저히 살 수 없는 하자가 있다면 그 집을 떠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나간 나의 관계들이 과연 서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잘라내는 게 옳은 관계들만 있었을까? 조금은 서로가 노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타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맥주잔을 부딪힐수록 서글퍼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