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그 놈의 지겨운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
나도 어서 '내 집'이 갖고 싶었다. 여긴 내집이 아니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직장에 다닐 때 까지 항상 들었던 얘기는 "너 나가. 집에서 나가라고" 라는 말.
그래서 나도 머리가 커서부터는 싸우고 나서 정말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었다.
중학교 때 하루는 엄마한테 또 머리채 잡힌 뒤 너무 억울하고 열받아서 건너편 친구네 집으로 대피를 했었다.
친구네 집은 항상 놀러가면 어머니께서 김밥도 해주시고, 먹을 것도 만들어주시고 친구와 엄마는 정말 잘지내는 것 같았다. 나는 늘 그 집이 부러웠고 , 잠시 놀러간 친구집에서도 마음의 안정감을 얻었다.
그런데 이렇게 난 머리채 잡혀 쫓겨나 여기로 대피해 온 꼴이라니...사춘기 마음에 친구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챙피하기도 했다. 우리집은 왜이럴까..난 진짜 존재할 가치가 없는걸까... 이때 부터 내 존재를 자꾸만 부정하고, 내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하게 됬던것 같다.
초등학교 때도, 엄마는 내가 집에 있는걸 너무싫어했다. 그래서 항상 '너 오늘 어디안가니? 도서관이라도 가라' 라고 해서 나는 할 일도 없는데, 집에서 15분 거리인 도서관에 가서 혼자 김밥을 먹고, 도서관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며 6시까지 소설들을 읽었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다른 친구들은 방학 때 집에서 뭐하고 있을까?
이건 커서도 계속됬다. 20대가 되서 대학생이 됬는데, 시간이 너무 많아진거다.
그래서 집에 잠시라도 있게되면 엄마는 매일같이 물어봤다.
"너 오늘은 아무데도 안가니? 좀 나가라"
참고로 나는 어릴 때 부터 나가는 게 습관이 되서, 일이 없어도 항상 자전거라도 타러 나가는 편이었는데
그런 나에게 매일같이 나가란 소리를 했다.
그래서 나는 샤워하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데 엄마는 또 한마디를 붙였다.
"준비하는데 엄청오래걸리네, 대충하고 나가면 될것을"
사돈 남말이었다. 엄마는 가족 외출 시에도 항상 1시간이 넘게 본인 화장을 하고 치장을 해 온 가족을 기다리게 했었는데..본인한테 할 말을 나한테 항상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싸울 때마다 독립을 하라고 해서 나는 정말 항상 고민했다.
내가 대학생이라 아르바이트를 매일 해도 독립할 돈은 안되는데, 어떻게해야 독립을 할 수 있을까.
나라에서 지원하는 월세제도도 알아봤는데, 가족 소득이 있어서 나는 아예 자격자체가 되지않았다.
그런데 싸울때마다, '제발 니멋대로 살꺼면 독립하라고'라는 소리를 들으니, 대학교 2,3학년 이었지만 독립을 정말해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괴로웠다면 정말 집을 나와서라도 독립을 할 걸 그랬다.
그런데 그때는 우왕좌왕했던것 같다.
그렇게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드디어 혼자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엄마는 내가 돈을 벌게 되자 하루는 "얘 동생한테 용돈좀 주기적으로 주는게 어떻니? 내가 막내여서 아는데, 예전에 언니나 오빠가 용돈을 줬으면 했거든" 이라고 했다.
나는 이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내가 동생한테 종종 기분으로 용돈을 줄 수는 있지만 왜 정기적으로 줘야하는데? 이미 먹을것도 사주고 할만큼하는데?" 라고 따졌다.
그랬더니 엄마는 또 나를 속좁은 사람 취급하면서 "언니가 되서 그정도도 못하니? 너도 참못됬다"라고 했다.
나는 오기가 생겨서라도 안주기로 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아빠가 "얘, 할머니 건강보험을 니것에 올려라. 그러면 너도 소득공제 되고 좋을거다"
그런데 나는 그게 그렇게 싫었다. 할머니가 싫은게 아니라, 왜 자꾸 나한테 뭔가 본인들이 어깨에 진 부담을 나눠 지려고 하는건지 숨이 막혔다. 나한테는 툭하면 나가살라고 하면서, 본인들의 가정부양 책임은 또 나눠서 지고 싶어하는지, 그러면서 거절하는 나를 자꾸만 불효녀, 폐륜딸 취급하면서 이정도도 못해주는 좀생이 취급을 했다.
그런데 나는 취업하고도 엄마아빠한테 선물을 사드리거나, 용돈을 주거나 생신을 열어드리거나 어버이날도 항상 챙기고 결혼기념일, 온갖 것들을 다 챙겨왔던것 같다. 그래도 항상 듣는 말은 '얘 이것좀 하는게 어떻겠니' 였다.
그러던 중 나는 회사에 들어가서 초년생 때 정말 이를 갈고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야근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매일 10시까지는 기본이고, 마감이 있는 날은 택시를 타고 새벽 2시에 들어가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엄마는 야근이 잦아지니 '그냥 나오라' 라고 했고, 이건 나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내가 늦게 들어와서 잠에서 깨거나 잠을 못자는 본인을 위해서 였다.
하루는 12시도 안된 시간 11시에 야근을 하고 들어왔는데, 오기전에 엄마한테 퇴근한다고 연락하는 걸 깜빡했다. 그랬더니 집이 난리가 나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는 '너 진짜 언제까지 멋대로 살래. 웃기는 년이네' 라고 했고 아빠는 '너 그럴거면 나가살아라' 라고 했다.
나는 황당했다. '나 야근하고 왔어. 일이너무많아서. 그리고 연락할 틈이없는데 어떻게 연락을해? 오기전에 문자했잖아' 라고 했는데, 엄마는 갑자기 눈을 뒤집으면서 '그럴거면 나가서살아!'라고 소리를 질렀고 본인이 바르고 있던 스킨 유리병으로 내 얼굴을 쳤다.
나는...볼을 움켜쥐면서, 단전에서 올라오는 슬픔과 억울함,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폭언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니가 그렇게 맘대로 살거면 나가지 도대체 왜안나가니, 뭐얻을게 있다고'
'일하는게 대수야? 연락하나 못해?'
'너는 늘 그런식이지, 진짜 배은망덕한'
눈물이 흘렀는데, 그 때 문득 깨달았다. 밖에 아빠도 있고 동생도 있는데, 어느누구 하나 들어와 말리지않았다.
그냥 이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항상 말안듣는 구제불능 X년이고 문제아였던 것이다.
나는 그날 계속 가슴이 사무쳐 울부짖으면서 소리쳤다
'나 일하고 왔는데!!!나 일만하고 왔다고!!나도 힘들다고!'
내가 소리를 지를수록 엄마는 더 흥분했고 엄마의 소리지름이 그치지 않자 그제야 아빠가 들어와서 거들었다.
'너 그렇게 니멋대로 하고 살거면 나가. 나가살아. 가서 혼자살곳 진짜알아봐라'
나는 아빠한테도 소리를 질렀다.
'내가 뭘그렇게 잘못했는데! 일하고 왔다니까!!! 일이많은데 어떻게 나도 먹고살아야지!
나가 살면될거아니야?'
아빠는 손찌검은 하지않았지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큰소리를 치며 푸는 것 처럼 보였다.
'그래 나가서 살아!!!'
나는 ...27살이 될 때까지 나가서 살지도 못하고, 집에서는 유리병으로 얼굴을 얻어맞는 바보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 때 생각해보면, 집에서도 이렇게 취급을 받는데 나가서 혼자 설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솔직하게 그래도 경제적으로 부모한테 돈을 지원받는게 익숙했고, 내가 초년생이니 스스로 돈을모아 독립한다는게 그때까지도 너무어렵게느껴졌고 자존감이 많이 낮았기 때문에 사회에 혼자 나가서 살수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도 집에 붙어서 살았던 것 같다. 자존감을 지켰어야 됬는데, 오랜 세월 밥먹듯이 들어온 폭언때문에 나는 스스로도 혼자 설 능력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열받는다. 그런데 엄마아빠는 이런 사실들은 모두모두 잊고 이제와서는 다키워서 시집까지갔으니 자기들한테 효도하라고 왜 명절에 보러오지않느냐 라며 또 나쁜 불효녀 취급을 한다.
부모가 뭐길래.....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내가 가서 발로 밟아주고 똑같이 머리채를 잡아채고 소리를 질러서 복수를 했을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뭐길래...이렇게 글로만 써서, 아니면 심리상담을 통해서만 내마음을 삭히고 혼자 위로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슬프고 화가난다.
누구보다 부모를 사랑했지만 이제는 원망하며 제발 떨어져있고 싶어하는 이 마음은
어느 마음보다도 독이되서 내 몸전체에 퍼지는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부모는 부모님의 삶을 죽을때까지 알아서 행복하게 사시고 나는 이제 스스로 행복해도 된다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