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년 전 친정엄마와의 마지막 연락
나는 또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이고 있었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외할머니 장례식장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엄마와 마지막으로 다투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는 22년도 8월이었는데, 나는 그때도 1년 2개월 다닌 전 직장을 퇴사하고 2개월정도 휴식을 갖고 있었다. 그때 당시 퇴사사유는 겉으로는 '이직'이었지만 실제로는 '상사의 괴롭힘'이었다.
5년 넘게 다닌 첫 직장을 퇴사하고, 새 회사에 여자 팀장님과 면접을 보게되었다.
팀장님은 40 중반인데, 면접때부터 본인이 회사에서 하는 업무들이 힘든부분이 있어 같이 들어와서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인상도 나쁘지않고 위치도 가깝고 좋아, 흔쾌히 입사하기로 했다.
팀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이 팀장은 업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임자 pc에 있는 파일정리를 시켰다. 파일정리를 해야 기존에 하던 업무를 알 수 있을것이라는 이유였다.
뭐, 정리하는 것 쯤이야 일도아니니 나는 고분고분 정리해서 팀장에게 가져갔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은
'이게 뭐라고 이렇게 오래걸려요?중요한 것도 아닌데' ...아 내가 너무 오래걸렸나보다 하는 생각에 '아 죄송합니다. 처음이다 보니 위치를 몰라서요' 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게 시작이었다.
공문서나 자료를 작성해서 팀장에게 보고를 하면, '띄어쓰기가 왜이래? 그리고 '협조'라는 단어를 쓰는게 맞아요? '협의' 아니야? 자격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자격증도 있는데 왜이래?' 라며 하나하나 딴지를 걸고 째려보고 소리를 지르며 모욕을 주기 시작했다.
중요한건, 사무실에 모든 인원이 있을때, 꼭 큰소리로 그렇게 내가 엄청 일을 못하는 것처럼 말한다는 것.
그래도 나는 아, 처음이니까 내가 미숙한 점이 많나보다. 잘해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야근도 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팀 직원들은 메신저를 보내기 일쑤였다. 'ㅇㅇ님, 팀장님 왜그래요? 뭐 잘못됬어요?'라며..
그러던 어느 날, 한달도 전에 팀장이 사오라고 시켰던 파일이 있었는데 20묶음을 사와서 팀장에게 말씀드리고 따로 보관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팀장이 그 파일이 필요하다며 꺼내더니 갑자기 "이걸 파일이라고 사온거야? 이걸 어떻게 써, 이거 못써 환불해와요' 라며 소리치는 것이다.
나는 황당해서 '그때 팀장님께서 이 파일로 사오라고 하셨었는데요'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내가 이걸 말했겠어요? 아니 무슨 말도안되는 파일을 사다놓고 그래, 바꿔와 어서" 라는 것이다.
나도 슬슬 열이받아서 '아니 한달 전에 사서 비닐도 뜯은것을 무슨 수로 바꿔요?'라고 했더니, 팀장은
'바꾸는 것도 업무능력이지' 라는 것이다.....
열받은 나는 파일을 들고 나가서 씩씩거렸다.
사실 신입같을 때라면, '죄송합니다.'라고 또 사과하며 바꿔왔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이상한거다...
'왜 사사건건 시비지? 이건 업무문제가 아닌것 같은데, 나를 싫어하는것 같아. 너무 스트레스다'
그렇게 파일사건이 끝나고, 나는 결혼식을 하게되었다. 너무 싫었지만 팀장에게 결혼을 알리자, 팀장이 하는말 '축하해요. 결혼하면 지옥이라던데' ㅎㅎㅎ
나는 이제 내가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사람 진짜 꼬이고 이상한사람이구나.
그러더니, 팀장이 나한테 청첩장을 언제 돌리냐해서 몇일에 돌리겠다고 말하니, 갑자기 내가 청첩장 돌리는 전날, 자기 집에있던 사탕과 초콜릿을 가져와서 회사사람에게 한명씩 나눠주며 돌렸다...
도대체 왜? 처음에는 팀원이 결혼하니까, 나를 위해 겸사겸사 돌리시는건가? 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한번도 직원들에게 그런 호의를 베푼적이 없는데 왜하필 내가 청첩장을 돌리기직전에 이런 일을 하는거지? 그래서 몇몇은 내가 결혼을 앞두고 돌리는 건줄알고 나에게 'ㅇㅇ님 고마워요'라고 하기도 했다. 이게 뭘까..뭘까 이사람 행동 ㅎㅎ
그런데, 웃기는 건 팀장이 회사에서는 권력자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이 팀장한테 싫은소리를 하거나 하면, 팀장은 대표한테 쪼르르가서 이르고는 꼭 그 사람을 불이익 받고 소문이 잘못 나도록 뒷담화를 유도했다. 물론 나는 항상 팀장의 뒷담화 대상에 올라가 있었다.
다른 팀 팀장과 짜고서, 둘이만 아는 업무를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시키고서는 '알아서 해야죠'라고 대놓고 괴롭히고. 아주 사소한 간식을 사오는 업무에도, '비싼 간식, ㅇㅇ님이 먹고싶은 간식만 사왔네' 라며 비꼬고, 중요한 저작권 등록 등 업무를 진행하는데 아무 내부 절차도 말해준 적없으면서, 저작권 이름이 잘못되자 회의실로 다른 상급자와 나를 소집하여, 2대 1로 갈구며 '이게맞아?이게맞냐고' 라며 소리치던 사람.
그리고, 3개월 지나고 수습기간이 끝나던 날, 나를 또 회의실로 불러 '사실 ㅇㅇ님이 엄청 만족스러운건 아니지만, 그래도 개선한다면 같이 갈 생각이 있어요' 라며 가스라이팅 하던 사람 .
나는 그래서 그때 '아,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만약 회사가 같이 안가겠다고 하시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 그런 얘기는 아니고, 그럼 잘해봅시다.' 라며 태세전환을 하던 사람.
나는 회사를 가는게 너무 스트레스였지만, 그래도 좋은 동료들이 몇 있었기에, 점심시간에 좋은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시간내내 말한마디 한마디 하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기시작했다.
그래도 묵묵히 할일은 해내고 버티며 1년을 채운 뒤, 회사에 연봉협상을 하며 대표님께 내가 해온 일은 제대로 밝혀야 겠다 싶어, 연봉인상을 요구했고 거의 10% 에 가깝게 연봉을 올릴 수 있었다.
그나마 연봉인상으로 내 다친 마음과 지옥같던 회사생활을 위안삼으려던 그때, 대표실을 나오면서 바로 팀장을 바라보게되었는데, 나는 그때 다시 결심하게되었다.
'이 정도면 됬다, 이정도 저 사람을 버텼으면 할만큼 한 것 같아. 퇴사한다고 말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사이코 같은 팀장에게 벗어나 퇴사를 하고 정신적으로 받아온 충격들을 치유하고자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엄마한테 연락이 온것이다. 나는 왠지 엄마와도 통화를 하고싶지않았다.
엄마는 항상 통화하면 자기 불편한점, 자기 하소연, 아니면 심심풀이 땅콩인 내용만 숨도한번쉬지 않고 얘기해 나를 숨막히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엄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하는 말 'ㅇㅇ야, 키우던 강아지 안락사했어. 너무 힘들어해서 어제 안락사했다.아빠는 영상통화로 인사했고, 너는 연락이 잘안되서 말을 안했어'
..나는 강아지가 하늘에 갔다는 말에 슬프기보단 분노부터 났다.
단전부터 분노가 올라왔다. 그냥 엄마의 이런식의 통보와 감정쓰레기통 역할에 진절머리가 난것 같았다.
왜 엄마는 항상 기쁜일보다 이런 사람 피폐해지는 얘기만 전달하며, 자기의 감정을 그대로 나에게 전가하여 내가 고통받게끔하는지...
왜이러지? 내 주변에는 왜이렇게 나를 괴롭히고 못잡아먹어 안달인 사람들만 있는거같지?
'아님 다 정상인데 내가..너무 나약하고 예민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