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19.
[설평기려]는 "눈 쌓인 벌판을 나귀 타고 가다"라는 뜻이다.
겸재가 영조 16년(1740) 초 가을 양천 현령으로 부임해 그해 겨울에 그린 그림이다.
겸재가 겨울 어느날 새벽에 일어나 방문을 열어보니 온 천지가 새하얀 눈으로 가득차 있었던 모양이다.
문득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을 따라 어디론가 하염없이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던가 보다.
그래서 삿갓과 눈옷을 차려입고 나귀에 올라 아무도 몰래 동헌을 빠져나와 정처없이 길을 나섰던 듯하다.
삼문 앞의 고목 밑을 지나니 양천 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끝에 우장산 두 봉우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나무마다 눈꽃이 만발하고 산과 들은 온통 눈뿐인데 동 터 오는 새벽 하늘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있다.
아마 겸재는 우장산 아래 어느 마을을 찾아가면 반가운 설중매라도 피어있어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천은 이 그림에
"길구나 높은 두 봉우리, 아득한 십리 벌판인데, 매화 핀 곳 알지 못하네"
라는 제화시를 붙혀 놓았다.
겸재가 나귀 타고 떠나는 곳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 239 부근의 양천 현아 입구이고, 맞 바라다 보이는 우장산은 발산2동 우장근린공원에 해당한다.
자타불이 제 122회 산행으로 이 그림의 배경을 이루는 양천 현아 입구에서 우장근린공원을 거쳐 봉제산까지 걸어 보기로 한다.
산대장 후덕 친구의 의견으로 눈오는 날 이곳을 걸을 예정 이었으나 2022년 테마 산행인 서울둘레길을 완주하다 보니 눈 오는 날을 맞추지 못하고 겨울이 가기전 이곳을 찾이 나선다.
오전 10시 30분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에 산대장 후덕, 정길, 문덕과 만나 양천현아터로 향한다,
양천향교앞의 양천향교교육관을 지나니 양천현아터 표지석이 나타난다.
이곳 표지석을 배경으로 자타불이 제 122회 산행 기념사진을 남기고 겸재의 나귀길 따라 우장산으로 걸어간다, 궁산과 양천향교, 겸재 정선 미술관에 대하여는 "겸재[소악루]의 궁산을 오르다(2021, 12, 23)"에서 소개 한바 있다,
양천의 눈덮힌 들판은 도시개발로 고층 건물이 가득하고 사방으로 뚤린 도로따라 우장산으로 나아간다,
한국가스공사 정문 옆길을 지나 우장산근린공원 초입으로 오른다.
우장산은 강서구 화곡동과 발산동의 경계를 이루는 정상 높이 98미터의 산이다.
두 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북쪽 봉우리를 검덕산, 검두산, 검지산, 검둥뫼라고 부르고 남쪽 봉우리는 원당산, 남산이라 불렀다. 지금 오르는 산은 북쪽 봉우리 검덕산이다.
조선시대 우장산에서는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이 있었으며 나라에 가뭄이 들면 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기우제를 지내는 날에는 언제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므로 이날 참가자 모두 우장을 쓰고 산을 올라갔다는 전설에서 우장산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검덕산 정상에는 새마을지도자탑이 세워져 있다. 새마을 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 정신과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를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지역사회개발을 위해서 1970년 부터 전개된 농촌 계몽 운동이다.
이 탑에 오르니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라는 새 마을 노래와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또 젊은 시절 새마을 교육 받으려 "가나안 농군 학교"에서 2박 3일을 보내며 노동의 고단함과 배고픔도 체험한 경험이 생각나기도 한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것도 그때 그정신이 바탕이 된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1인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체제동원의 매개 역할도있었다는 비평도 받아 들여야 할것 같다.
새마을지도자탑을 내려 검덕산에서 원당산으로 건너간다.
원당산 초입에는 국궁장 "공항정"이 위치하고 우장산근린공원 유래가 전해지며 조금을 오르니 정자와 체육시설이 있는 원당산 정상에 이른다.
원당산 정상 아래 벤치에서 추위에 떨며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우장산근린공원 둘레길에서 화곡동 방향으로 내려서며 겸재[설명기려]의 우장산 답사를 마치고 화곡본동의 뒷산 봉제산을 찾아 나선다.
우장근린공원의 다목적 축구장에 이르러 정길의 배려로 건강에 좋은 요구르트를 마시고 축구장을 가로 질러 화곡본동으로 내려선다.
화곡대로를 건너 만나는 붉은색의 공중전화 박스, 옛 추억을 느끼며 봉제산 방향으로 나아간다.
친절한 동내 주민의 안내를 받아 봉제산 유아숲 체험장있는 봉제산 초입으로 오른다.
초입에서 부터 봉제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봉제산 둘레길이 나누어 지고 우리는 정상길을 따라 힘차게 오른다. 봉제산둘레길은 1코스가 2.8키로 미터, 2코스가 4.2키로 미터로 총7키로미터에 달하고, 봉제산은 강서구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강서구 화곡동과 등촌동을 가로 막는 높이 117,3미터의 산이다.
봉제산이라는 이름은 산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에 의해 붙혀진 이름이다.
봉제산 정상은 백제시절의 봉화터였고, 백제 군사의 주둔지가 있었다 한다.
봉제산 정상에 올라 봉수터 비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올라왔던길로 회귀한다.
봉제산 유아숲 체험장에 이르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잠시 휴식후 화곡역으로 내려선다.
화곡역에 탑승, 공덕역에 하차 공덕동 맛집 족발골목의 "오향족발"에서 족발과 전골목에서배달한 모듬전으로 뒤풀이를 이어간다.
산대장 후덕의 건배사에 이어 문덕의 "봉제산" 자작시가 낭송되니 모두 흥치에 빠진다.
오늘도 안전 산행을 리더한 산대장 후덕과 함께한 문덕, 정길께 감사한다.
함께하지 못했지만 문덕의 시에 그림을 그려 시, 화의 멋진 작품을 보내주신 비봉께 감사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