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사나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sanasu Apr 01. 2024

기록하고 싶지 않은 경기지만

2024.3.31 vs. 부산 @수원월드컵경기장


3월의 마지막 날. 축구를 하기에도 보기에도 좋은 날씨다. 그래도 기온이 다 올라오지 못했는지 기대했던 벚꽃 풍경은 볼 수 없었다. 빅버드 주변은 일찍부터 수원팬들로 활기를 듬뿍 담고 있었다. 카페에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같은 편이라는 안락함에 빠질 수 있었다.


시즌 시작 후 한 골도 넣지 못한 첫 경기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승패도 중요하지만 골이 들어갔을 때 분비되는 쾌락을 한 번 느껴보려고 직관을 택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한 골도 넣지 못했고 오히려 전반에 내준 한 골 때문에 승점을 확보하지 못했다. 시즌 두 번째 패배이고 순위는 중위권으로 내려왔다.


경기 내용이 나쁘지는 않았다. 탄탄한 빌드업으로 점유율을 높여갔고 짧은 잔패스들이 나름 아기자기하게 호흡이 맞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역시 결정력이 문제였다. 잘 가꾸면서 흘러왔던 과정을 단 번에 무력화시키는 슈팅이 잦았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종목이기에 골이 자꾸 실패하면 사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카즈키, 전진우, 툰가라의 짧은 패스들이 작품을 만들곤 했지만 축구는 적당한 시점에 작품 만들기를 멈추고 골을 만들어야 한다. 골만이 최고의 작품이고 골로 귀결되지 못한 과정은 초라한 작품으로만 남는다. 그러나 작품 속에 몰입하는 당사자는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잔패스가 성공할수록 그 경지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연습할 때처럼 잘 되고 있음을 느꼈을 테니까. 그것은 선수들만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이니까.


좌측 수비를 맡았던 장석환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스피드도 장착하고 있기에 크로스 높이만 조금 올려주면 상대를 위협하는 기회를 많이 창출해 낼 것 같다. 그런 크로스 공격과 중앙에서의 짧은 패스에 의한 침투가 적당히 섞였으면 좋았겠지만 중앙 쪽 공격에 치중하니 수비수에게 읽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거리슛은 왜 그렇게 아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슛 좀 많이 시도했으면 좋겠다.


진 경기의 기록을 남기는 일은 고역이다. 안타까운 그 과정을 다시 떠올려야 하고 그 와중에도 희망이 보였던 순간은 없는지 애써 고민을 해봐야 한다. 실패에 대해 진지하게 복기하고 반성하는 팀이었으면 좋겠다. 똑같은 실패가 계속된다면 그 팀은 조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심쩍지만 괜찮은 결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