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8
애인을 만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애인과 친구를 함께 만나는 것 또한 좋은 일이다. 애인을 친구에게 친구를 애인에게 소개해 주면 애인만을 만날 때나 친구만을 만날 때보다 더 풍부한 좋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좋은 일이 겹치면 대부분 더 좋은 일이 된다.
네 권의 책이 보인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중 한 권은 읽어보지 않았을까. 여름, 여행, 바람, 그리고 당신.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모여 있다. 누가 모아둔 책일까. 왼쪽에 책갈피처럼 생긴 종이를 보니 카페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북, 카페, 산책이라는 단어도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나는 책과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은 원래 여행이라 좋고, 독서는 곧 여행이라 책을 좋아한다. 지금을 잊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장소에서는 책을 읽기보다는 그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풍경과 기억에 집중하려고 한다. 낯설수록 여행의 기쁨은 커진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날 땐 항상 책을 가지고 간다. 커피는 하루도 거를 수 없기에 여행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들고 간 책을 펼친다. 책과 여행,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겹친다. 나는 더 먼 곳으로 달아난다. 내가 있고 싶지 않았던 장소에서,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으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순간적이지만 이 순간을 위해 나는 나의 장소와 내 모습을 참아내며 살고 있다.
작년 전주한옥에 갔을 때 들렀던 카페다. 책 모양의 책은 실제의 책이 아니라 구조물이었다. 북카페의 입구를 꾸미기에 가장 적절한 모양이 아닐까. 재질은 그냥 나무일지 몰라도 책의 제목이 있고 작가의 이름이 보이는 한 우리는 그 각각의 이야기들로 머릿속이 바빠진다. 책은 그렇게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여행지에 와서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