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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Oct 09. 2024

여행 중에 만나는 책

2023.10.28


애인을 만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애인과 친구를 함께 만나는 또한 좋은 일이다. 애인을 친구에게 친구를 애인에게 소개해 주면 애인만을 만날 때나 친구만을 만날 때보다 풍부한 좋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좋은 일이 겹치면 대부분 더 좋은 일이 된다.



네 권의 책이 보인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중 한 권은 읽어보지 않았을까. 여름, 여행, 바람, 그리고 당신.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모여 있다. 누가 모아둔 책일까. 왼쪽에 책갈피처럼 생긴 종이를 보니 카페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북, 카페, 산책이라는 단어도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나는 책과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은 원래 여행이라 좋고, 독서는 곧 여행이라 책을 좋아한다. 지금을 잊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장소에서는 책을 읽기보다는 그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풍경과 기억에 집중하려고 한다. 낯설수록 여행의 기쁨은 커진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날 땐 항상 책을 가지고 간다. 커피는 하루도 거를 수 없기에 여행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들고 간 책을 펼친다. 책과 여행,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겹친다. 나는 더 먼 곳으로 달아난다. 내가 있고 싶지 않았던 장소에서,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으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순간적이지만 이 순간을 위해 나는 나의 장소와 내 모습을 참아내며 살고 있다.






작년 전주한옥에 갔을 때 들렀던 카페다. 책 모양의 책은 실제의 책이 아니라 구조물이었다. 북카페의 입구를 꾸미기에 가장 적절한 모양이 아닐까. 재질은 그냥 나무일지 몰라도 책의 제목이 있고 작가의 이름이 보이는 한 우리는 그 각각의 이야기들로 머릿속이 바빠진다. 책은 그렇게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여행지에 와서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준다.


2023.10.28. 전주한옥마을
2023.10.28. 전주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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