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 단체전 선수들이 올림픽 10연패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기록 언젠가는 깨질 텐데 연패에 실패하는 그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쏘는 선수로 뽑혀 나간 사람들이 단지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받게 될 시선을 생각하니 갑자기 정신이 서늘해졌다. 본인들의 실패를 넘어 역사적인 오점을 남겼다는 비난이 강하지는 않을까. 아니, 그때쯤엔 국민들의 의식도 성숙되어 있을 테니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일까.
변성환 감독 체제 이후 11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것 또한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었다. 그러나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단이나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자신이 참여한 그날만은 아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다. 무패란 무패의 목적으로 행한 결과라기보다는 자기 축구를 잘 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런 기록에 얽매여 있다는 건 자기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다.
서울이랜드는 수원이 가장 마지막으로 패배했던 팀이다. 염기훈 감독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던 바로 그 팀이다. 시즌 세 번째로 맞붙게 되는 두 팀의 경기는 그래서 여러모로 상징적인 측면이 많았다. 바뀐 감독의 체제가 이전 감독의 체제가 넘지 못한 벽을 넘을 것인가. 아니면 상징적인 의미와 상관없이 패배가 있어야 할 시점에 도달할 것인가. 그런 불안감과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원정 경기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경기는 0:2로 패배했다. 수원은 올 시즌 서울이랜드와의 세 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의 경기들에서 보여준 수원의 전략들이 노출된 것일까. 전반전은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이랜드의 공격 기회가 많았고 몇 차례의 실점 위기가 있었다. 후반전에도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았고 결국 서울이랜드의 코너킥 찬스에서 실점을 허용했다. 그 이후로 수원의 공격은 매서웠다. 공간침투와 빠른 패스가 수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기세로만 보면 동점골이 나와도 만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역전까지 가능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몇 차례의 일대일 찬스에서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기회 때마다 상대팀 골키퍼가 위치를 잘 잡고 나온 이유도 있었지만 애초에 각이 좁혀지기 전에 빠른 슈팅을 날리지 못한 이유가 더 큰 원인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이었으니 골키퍼는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안 되는 날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경기 종료 막판에는 오히려 두 번째 실점을 허용했고 완전한 패배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패배 속에서 진기한 광경을 보았다. 실점을 하는 순간 응원석의 응원가 소리는 더 커지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팬들에게 인사하러 오는 선수들을 향해 수원의 응원가를 불러주는 동시에 여기저기서 기죽지 말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질 수 있다, 이쯤이면 질 때도 됐다는 생각을 그들도 했던 것일까. 진 경기치고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경기였다. 수원의 무패의 부담은 이제 사라졌다. 반면 수원을 상대로 한 서울이랜드는 은근한 부담이 생기게 될 것이다. 다음에 맞게 될 두 팀의 경기가 또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