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팀에게도 쉽게 이기지 못하고 선제골을 먹혀 쫓아가기 바쁜 경기들을 보고 나니 승격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진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직관보다 다른 일정을 우선으로 잡기도 해서 거의 한 달 만에 직관 경기를 보러 갔다. FC안양과의 세 번째 경기. 앞선 두 경기를 모두 이긴 팀이기에 관성에 의한 기대도 있었지만 승패의 확률상 이번엔 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우려도 있었다.
N석에서 준비한 카드섹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팬들은 그렇게 매 경기 염원을 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피치에서 뛰는 선수들의 수보다 수백 수천 배의 사람들이 염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경기의 승률과 비례하진 않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과거의 통계와 실적은 잊혀지고 이 한 경기에 다시 순수한 염원을 담아 승리를 기원한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개인적으로는 패배 쪽으로 기운 예감이 있었는데 전반전을 보면서 그 예감이 곧 현실이 되겠구나 싶었다. 안양의 수비층을 제대로 뚫어내질 못했고 수비수들의 볼 돌리기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했다. 줄 곳이 마땅치 않아 패스를 어렵게 가져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공을 잡았을 때 두 세 군데서 움직이는 동료가 있어야 패스의 자유도를 확보할 텐데 안전한 곳은 같은 선상의 수비수들 뿐이었다. 앞으로 가야 골을 넣을 텐데 횡으로 백으로 가는 패스가 많았다. 그래도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고 전반전을 마무리한 건 다행이었다.
후반전에는 공격의 방향에 수원팬들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 경기든 후반전에는 움직임이 약간 달라진다. 슈팅도 몇 번 있었고 침투와 찔러주기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길고 짧음으로 유효슈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고 박승수와 피터, 김현이 투입됐다. 박승수 쪽에서 몇 차례 위협적인 전진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양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원이 볼을 가로챘다. 피터가 좌측의 박승수에게 찔러줬고 박승수는 슬금슬금 뜸을 들이다가 오른발 인사이드로 다소 빠른 패스를 넣었다. 그 볼은 피터의 왼발에 걸렸고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게 결승골이 되었다.
1위 팀 안양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상하게 절대 이길 수 없었던 상대가 존재하기도 한다. 안양이 수원에게 그랬고 수원이 서울이랜드에게 그랬다. 그런 일방성은 전력이나 통계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축구의 결과지만 축구적인 접근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일 것이다. 수원은 6위로 올라섰다. 남은 경기에서 승리가 많다면 플레이오프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승패는 대부분 순간적으로 결정된다. 그 순간의 운이 얼마나 수원에 배당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것이고 그래서 희망을 접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