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렉트 승격은 물이 건너간 상황이다.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안양FC도 충남아산FC의 추격을 받고 있는 정세를 보니 2부 리그는 정말 치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위부터 8위 팀들이 앞으로 어떻게 자리가 결정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야구는 승률로 순위를 따지고 축구는 승점으로 따진다. 2부 리그에는 13개 팀이 있는데 수원은 맨 마지막 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는 유일한 팀이다. 비슷한 승점을 가진 팀들 간에서는 당연히 경기수가 적게 남은 팀이 불리하다. 경기 수가 더 많이 남은 팀들은 지더라도 감점은 없고 승점을 늘릴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37라운드를 치르는 수원과 충남아산 모두 단 두 경기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수원은 반드시 이겨야 5위안에 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존하고, 충남아산도 반드시 이겨야 1위를 노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유지된다. 두 팀 다 절실한 상황에 처했다. 그래서 팬들이 많을 거라 예상하여 경기장에 네 시간 전에 갔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관중수가 많진 않았다.
전반전은 수원이 점유율을 장악하며 많은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을 기록하진 못했다. 충남아산은 공격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매번 위협적이었고 결국은 코너킥 찬스에서 선제골을 만들었다. 2부 리그에서 쌓은 경험들 때문인지 충남아산 선수들의 볼에 대한 집착력이 수원보다 강해 보였다. 1:1 싸움에서 볼을 뺏기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전반전은 그렇게 리드당한 채로 끝났고 어두운 기운이 경기장을 옅게 물들이고 있었다.
후반전에는 박승수와 김현이 투입되었다. 공격이 조금씩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박승수는 측면에서 수비수를 흔드는 역할을 잘해줬고 김현은 패널티박스 안에서 버텨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결국은 박승수가 만든 코너킥 찬스에서 김현의 어시스트를 받은 이기제의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슛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기제는 N석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동점이 목표가 아니고 역전이 목표였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찬 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경기장은 열기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다.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어수선한 와중에도 시간은 흐른다. 김상준과 배서준이 투입됐다. 시간이 계속 흐른다. 정규시간이 다 채워지고 추가시간 7분이 주어진다. 4분, 5분, 그리고 6분째를 찍는다. 이제 1분도 남지 않았다. 충남아산의 공격 중 수원이 볼을 가로챘다. 마지막 공격임을 직감한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몇 번의 찬스에서 답답한 플레이를 보였던 이종성이 중앙선 부근에서 크로스를 날린다. 긴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에 궤적을 남긴다. 패널티박스를 넘은 공은 김상준의 가슴과 마주친다. 갓난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듯 그 가슴에 안전하게안착된다. 공이그라운드에 닿자마자 이번에는 김상준의 발이 나서서 탄력을 죽인다. 넘어지는 자세로, 그러나 정확한 타이밍으로 슈팅을 때린다. 오른쪽 위쪽 골망을 흔든다. 김상준은 거침없이 N석으로 달려간다. 극적인 극장골이 수원팬들을 포효하게 만든다. 잠시 죽어있던 5위를 향한 희망도극적으로 부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