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과 미친년이 저변화된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미친년들이 참 많은 세상에 살고 계십니다.
아, 여성비하라고 발끈하실 준비 하시나요?
안심하세요. 당연히 미친놈들도 많은 세상입니다.
사실 놈들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죠.
미친놈들은 역사적으로든 보편적으로든 어디에나 습기처럼 깔려있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미친놈들은 많이 보아왔기에 세상에는 미친놈들만이 문제인 줄 알았죠. 그러나 인생을 사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체험이 늘어나면서 이 세상에는 미친년들도 포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들의 포악성은 잘 알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세상을 잘 모를 때 보아오던 여성의 모습에 포악성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에겐 여성스러움이 있었으니까요. 순하고 약하고 청결한 이미지의 존재로서 포악한 본성들은 감히 다가서지 못하는 특수한 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포악성과 미친년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여성도 그저 남성과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은 교육이 잘못되었거나 제가 학습했던 방향이 전체를 보지 못하고 편향되어 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절망스러웠던 사실은 처음부터 미친놈이나 미친년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미친놈이나 미친년으로 깔끔히 분류한 뒤 그 그룹만 피해가면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온 확률에 관한 선물 즉,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무한의 가능성은 어느 누구나 미친놈이나 미친년이 될 수 있다는 확률까지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관되지 않은 인간 존재들을 바라보는 일은 일상에 해를 가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우리가 미친놈이나 미친년이라고 분류했던 사람에게서 양심적인 행동을 보았을 때 우리 안에 일어나는 혼란은 극도로 고통스러운 감정입니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오래 산 뒤에나 깨달았지만 우리의 영특한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부조리를 일찍이 깨달아 자신이 살아갈 삶의 형태를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결심은 미친놈이나 미친년과 동행하기를 거부하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에게 미친놈이나 미친년이 되는 상황을 목도하고 싶지 않다는 적극적인 회피이기도 합니다. 내가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나를 다 믿을 수 있을까요? 한편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내가 맞긴 할까요?
그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누구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활발하게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그 방향으로 가는 산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방편이 늘어나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혼자 그러고 다닌다고 해서 측은하게 바라보거나 뭔가 모자란 사람인 양 취급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나는 그런 세상에서,
단지 혼자 살아가고 싶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