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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절대신비 Apr 27. 2024

호연지기

나에게 글 쓰는 일이란


19세 말 20세기 초의 비트겐슈타인은

아직 철학사의 계보에 이름 올리지 못했다.

그 이후의 철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말할 수 있다.

철학을 한다는 건

적어도 천년 뒤를 내다보는 일

 

장기적인 계획 세우고

긴 안목으로 세계 바라보는 일

 

길게 늘어진 시간 임의로 끌어당겨

하루하루 시간의 주름잡는 일

 

인류의 가슴에

이 바람 부는 세상에 불 지르는 일

그러나 먼저 제 가슴의 불 꺼뜨리지 않는 일

 

어쩌면 혼자만의 무인도에서

세상의 중심으로 곧바로 쳐들어가는 일

 

그리하여 너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화인 하나 찍는 일

 

너와 나 사이에

아름다움이라는 통로 하나 내는 일

 

죽음과 관성 끌어내리고

매 순간 별처럼 다시 반짝이는 일

생 아닌 그 모든 것 단호하게 처단하는 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의 독자를 매우 특별히 여긴다.

물론 실제로 특별하기 때문이다.

 

당장에 이익되지 않을 일을

단지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이유 하나로 하는

이 지상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와는 눈 마주치는 것만으로 웃음 터진다.

멀리서 그 모습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 훑어지는 전율 느낀다.

마침내 엔트로피 감소한다.

 

단언컨대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전대미문의 방화범이 될 것이다.

 

 





이거 이거, 불타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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