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기 씨앗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엄청 오래전에 130기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 7개월이 되었다니, 아직 이것밖에 안 지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드는 것이 신기합니다. 아직 이것밖에 안지났나는 생각은 나의 생활에서 땅고의 비중이 그만큼 많이 차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라는 것은 왜 7개월이나 지났는데, 땅고는 점점 더 어려워지지라는 생각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땅고를 오랫동안 추는 분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이 춤이 배우기 쉽지 않은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왜 땅고라는 춤이 어려워졌을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모델의 워킹, 단전호흡의 호흡수련, 육상의 달리기 등 모든 배우는 과정들은 디테일한 부분을 세분화합니다. 땅고도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잘 춘다는 것에 대한 동작 세분화가 그만큼 많기 때문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한국에서 땅고에 진심인 고수들이 땅고라는 춤을 어렵게 평균 기준을 높여놓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얘기 중에 루시아 쌉이 땅고의 피구라는 쉽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오초하다가 발만 대면, 빠라다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오초하다 발을 대면 파트너가 발에 걸려 넘어진다는 것을 경험해봤습니다. 발만대면 빠라다가 되는 사람은 결국 고수입니다. 땅고가 어려운 춤이 되는 또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습니다. 파트너가 처음 시작하는 분부터 몇십년을 춰온 분으로 다양한 층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파트너들이 나의 싸인을 해석하는 촛점들이 다 다른 것을 느낍니다. 어떤 사람은 디소를 통해서 방향을 확인하고, 어떤 사람은 몸과의 간격으로, 보폭의 크기로, 등근육의 움직임으로 나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는 것인지 모르고 추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이 걷고 피구라를 하다 보면 미세한 차이를 더 잘 발견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갑니다. 리더들은 더 나은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최적의 길을 찾습니다. 그 최적의 길은 파트너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달라집니다. 더 많은 최적의 길을 찾아본 사람이 배우고 있는 사람을 봤을 때는 개선하면 좋을 부분들이 눈에 띄게 됩니다. 그 모든 개선점을 하나씩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처음의 걷기는 상체이동이 적으면서도 파트너에게 적은 흔들림을 주면서 편안하게 걸으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난 이후는 약간의 상하운동과 좌우의 비틀림을 걸음에 추가하는 경우도 있고, 자세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경우들도 있고, 뒷발의 밀어줌을 강조하는 분도 있고, 골반에 체중이 실려야 된다는 것을 얘기하는 분도 있는 등 단순한 걷기에 여러 가지 의미들과 방식들이 더해지면서 스타일도 다양화되고, 걷는 사람의 생각도 같이 많아지게 됩니다. 마치, 완벽한 원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끝없이 완벽한 원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시지프스 신화의 영원의 징벌에 빠진 것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걷는 것에 대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고 상상하듯이 다양한 부위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하다 보니, 걸음에 대한 바른 형태가 추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물론, 위로 올라가서 잘 걷는 사람은 모든 경우의 수를 경험하면서 서로 비슷한 길로 가게 되겠지만,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가 배운 것만을 기준으로 맞고, 틀림을 얘기하게 됩니다. 어떤 때는 발을 중심으로 어떤 때는 무릎을 중심으로 어떤 때는 골반을 중심으로 또는 가슴을 기준으로 걸음을 정의하고, 맞고, 틀리고, 다르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이렇게 걸음이라는 한 가지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해석이 나타나고, 그 해석을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또 그만큼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러니, 실제로 춤을 췄을 때 어느 정도 편안한 춤을 출 수 있기까지는 꽤 많은 경우의 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땅고를 배우고,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내가 아는 방식의 연습을 하면서 듣는 조언에 따라서 산을 올라가는 다른 길들을 만나게 되고, 그 길들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수록 내가 같이 출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편안하게 나의 걸음이나 아브라소의 느낌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고,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알려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나의 자세에 대해서 지적하면 그 지적을 편히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반감이 먼저 생길 것 같습니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나의 아브라소의 느낌에 대해서 묻고,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좁혀줍니다.
땅고를 추면서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처음 수업을 같이 들었던 동기들과 사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가장 엉성한 걸음을 알고 있고, 시간이 지나서 무엇인가 달라진 것을 확인하고, 경험하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땅고 수업을 처음에 들었던 동기와 사부들이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얻게 되는 나의 현재 위치 확인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좋은 거름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7개월 전에 처음 수업을 들을 때, 만났던 130기 동기는 60명으로 기억합니다. 금반 15 커플, 토반 15 커플. 제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중에서 약 40여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꽤 성실히 수업도 참석하고, 모임도 참석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분 한 분 알면 알수록 정이 가는 분들이신데, 이번에 이본느 쌉의 번개에 열화와 같은 호응을 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나루쌉과 마리오쌉이 아프셔서 같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한 번씩 보던 분들과 뵙지 못했던 분들이 한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얘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루시아 쌉이 얘기했듯이 어딘가에서 강습을 듣고, 실력이 부쩍 늘어서 만나서 즐거웠다고 하시는데, 130기의 씨앗들이 흩어져서 어딘가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이미 꽃으로 참석하신 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자리에 모여서 그동안의 땅고 얘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싹을 틔웠는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너무 즐거울 것 같습니다. 한 번씩 만나서 이렇게 얼굴을 보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130기 미리크리스마스 앤 해피뉴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