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첫 글을 썼다 지우다...
글을 썼는데 마음에 안든다.
요즘 글을 쓰려고 마음을 잡았다가도 써 놓고 보면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내 글솜씨가 안 좋아지고 있는 건가? 아니면, 누군가 얘기했듯, 내 눈만 높아지고 있는 건가?
하루를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글 쓰고 올렸는데, 어느 순간 '내 글 구려', '이렇게 쓴다고 뭐 달라지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렇게라도 적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잘 쓰고 싶어지고, 누군가로부터는 칭찬을 받고 싶어지는 것이 욕심이 생기게 되는 평상의 경로인 것 같다.
새해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영향을 미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잘 쓰인 글에 자꾸 내 글과 비교가 되어서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2025년의 첫 번째 글을 써 놓고 싶은 생각은 무시하기가 어려워서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게 된다.
2024년 연말은 어수선한 분위기와 경기가 안 좋다는 나쁜 소식들이 주가 되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멜랑콜리'한 무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할 것 같아서, 계획을 세웠는데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서 그 계획이 금방 무너져버렸다. 짜증과 자괴감이 아침을 망쳐버리는 순간에 떠오르는 한마디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준다.
요즘 독감이 유행인데, 딸도 독감에 걸린 것 같다면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
딸 :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무엇을 먼저 얘기해 줄까?"
나 : "나쁜 소식."
딸 : "나 목이 아파지고 있어."
나 : "그럼 좋은 소식은?"
딸 : "어제 머리 아픈 건 없어졌어."
나 : "아....네..."
이렇게 독감에 걸려서 고생하던 딸이 거실로 나오면서 나에게 한 말이 꽤 기억에 남는다.
딸 : "아빠는 행운인 줄 알아. 아빠랑 만나면 목 아픈 딸이 있다는 걸..."
딸은 나와 (학교 공부를 제외한) 어떤 주제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뭔가 대화를 하면 내가 잘 받아주고, 잘 설명해 준다는 느낌인 것 같다. 고등학생인 딸이 아빠와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행운이라는 딸의 말에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든다. 특히, 그 말을 딸에게 들어서 더 기억에 남는 말이 된다.
어머니는 아프고, 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시고, 경기는 좋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내 글은 마음에 안 들고, 나는 특별한 부분이 없다는 현타의 순간에, 딸이 나와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행운을 가진 사람으로 상황전환을 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나의 감정을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어 준다.
가끔 이렇게 내가 감정이 낮아질 때, 세상은 던져주듯이 반대의 사건을 만들어서 다시 올라가도록 격려를 해 준다.
2025년은 내게 어떤 한 해가 될까? 성장과 발전을 얘기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견디고 버티는 쪽에 더 가까워지는 때, 새해에 어떤 목표를 나에게 심어줘야 할까?
일상의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고 이어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일상에서 만나는 조그마한 일들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관심과 시각을 갖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