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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Aug 19. 2023

지금까지의 일은 다 괜찮아

애도일기

중학교 입학식 아침,  교복을 입고 현관을 나서던 아이가 학교에 아무도 오지 말라 퉁명스럽게 잘라 말하고 나가버렸다. 명백한 절이 당황스러웠지만 엄마가 닌 사람들이  불편한 그 마음 이해가 됐다. 평소라면 저항 없이 받아들였을 사소한 일들이제 녀석에게는 금방 울 것처럼  괴로운 일이 돼버렸다. 쁜 날 낯선 곳에 혼자일 아이가 안쓰러워 마음이 힘들었다.


이후 작은녀석의 학교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지각을 자주하고 학교에 가서도 하루 종일 엎드려 잠을 잤다. 피시방과 게임이라는 신세계에 처음 발을 들이고 나서집에 들어오는 시간 점점 늦어졌다. 가끔은 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낯설어 대하기 어려웠다.


집에 컴퓨터를 들이고 게임을 허용하면 상황이 좀 나아질 거라 기대했다. 지만 매일매일 밤을 새워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육두문자를 쏟아내모습을 지켜보는 것 전혀 다른 맥락의 고행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때는 산 넘어 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게임에 과몰입한 상태에서 건강한 일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다. 


수업 시간의 문제 행동으로 학과 선생님들께 전화가 오기 시작다. 작은녀석이 저랑은 최악의 조합이었던 한 친구와 어울려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무렵, 중 2 봄, 옆 반으로 한 아이가 강제 전학을 왔다. 그 전학생이 소년법정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미 문신에 몸을 개방했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고 나,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며 고통스러했던 까지의 들이 하찮고 심드렁해졌다. 어른 흉내를 내는 또래의 극적 출현에 호기심을 내비치는 조카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작은녀석을 포함, 여러 아이들이 연루된 일탈사건이 일어나 학교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비루한 내용이 낱낱이 공개 되고 엄중한 질타가 이어졌다. 나 역시 참담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아 아이가 이 지경이 되도록 당신은 무엇을 했냐는 교감 선생님의 질책을 받아야 했다. 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제 자식만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문제적 어미들만큼은 아니어도 선처를 비느라 떠듬거리는 나를 보며 내가 맞나 싶었다.


너무나 뜻밖에도 그 날로 아이는 방황을 끝냈다. 아마도 그 즈음에 녀석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던 것 같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어울리던 친구에게 별을 고하고 담임선생님께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달갑게 벌을 받으며 여름방학을 보냈다. 


개학을 하니 거짓말처럼 아이가 제 시간에 일어나 학교를 갔다. 수업 태도 차차 나아졌다. 물론 바른 습관의 뼈대가 녹아버린 지 오래라 관성대로 흐물흐물 드러눕는 날이 많았지만 그럭저럭 일상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슬픔과 불안을 견디기 위해 누구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들이받았던 혼돈과 고통의 1년 반이 꿈만 같았다. 그 긴 방황을 지켜보며 늘 공감과 지지로 반미치광이의 마음을 다독여준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는 지금도 무한히 감사하다. 


나 역시 아이를 믿고 좀더 강건한 마음으로 기다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 시간의 무덤 위에 서서 지혜로울 만큼의 지혜가 나에게는 없었다. 영원히 풀 수 없게 된 동생과의 오랜 갈등이 고스란히 자책으로 이어지면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내가 옹졸한 마음을 내었기에 불화의 가지 끝에 함께 피어난 동생이 삶에 흔들리다 속절없이 져버렸다 생각하면 현실을 바로 볼 논리가 서지 않았다. 동이 트도록 돌아올 줄 모르는 아이를 기다리는 날에는 우리 모두 결국 파괴되고 말 거라는 두려움과 허무함에 끝없이 떠밀려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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