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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Nov 28. 2023

자코파네에서 크라쿠프를 거쳐 브로츠워프로

본격적인 창작활동

2023년 11월 27일 (월) 오후 11시


폴란드의 마지막 방문 도시 브로츠워프로 왔다. 자코파네에서 아침 8시 20분 출발 오후 6시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걸어서 갔다. 배정받은 방을 들어서서 보니 2층 침대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타트라산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계속 눈을 뿌리면 자코파네 시내는 겨울 왕국이 된다


“ 하이 에브리원”  저마다 인사를 받아준다. 이층침대로 올라가려 하자, 맞은 편 단층침대에 있던 한 청년이 자기 자리를 양보하고 이층침대로 가겠다고 한다. 1층 침대에 같이 여행하는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바로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았다. ‘네팔’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빠르게 ‘카트만두’라고 화답하며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번 숙소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짐을 풀고 호스텔 탐사에 나섰다. 방의 라지에타가 내 침대 머리 맡에 있다.  좋은 징조다. 빨래를 쉽게 말릴 수 있다. 샤워실을 확인하고 부엌 서랍을 하나씩 다 열어보았다.  웬걸, 냄비가 안보인다. 그리고 인덕션도 안 보인다. 냉장고, 전자렌지, 커피포트만 있다. 요리를 할 수가 없다. 완성된 음식을 사와서 데워 먹는 것은 가능하다. 식비가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브로츠워프는 광장이 유명하다. 가보니 넓은 광장에 포장마차 형식의 부스가 100개 이상 펼쳐져 있다. 

밤에는 조명이 켜지고. 불야성이 된다


온갖 음식과 특산물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가격을 보니 결코 저렴하지 않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도 전부 레스토랑들이다. 하루 한끼는 외식을 하고 한끼는 편의점에서 사와서 데워 먹기로 한다. 


광장을 한바퀴 돌다가 골롱카라는 족발을 맥주에 삶은 전통음식을 주문했다. 20즈워티(6,600원)이라고 써 있어서 부담없네 라며 주문을 했는데 계산할 때 보니 100g 당 20즈워티였다. 눈이 안좋아서 안보였던 것이다.  족발 한 개에 300g은 충분히 나가니 발 한개에 20,000원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 족발생각하면 대략 비슷하다. 양은 한국 족발 작은 거의 절반 수준이니 비싼 편이다. 맛은 당연히 한국족발이 압도적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한국사람이니. 단백질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광장을 돌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도시 곳곳에  난쟁이동상이 있다. 광장 중앙에 성당이 있어서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들어가는 길에 로비에 있는 직원에게 따졌다. 왜 냄비가 없냐고. 호스텔 방침이라나. 가난한 여행객의 주머니 사정을 봐주는 게 그리 어려운지.  취사를 못하게 하면 전기세. 수도세, 쓰레기 처리비 등이 절감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스텔비라 생각했는데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꽤 많은 호스텔을 이용했는데 취사가 안 되는 호스텔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방으로 들어가다가 보니 네팔 청년 둘이 휴게실에서 케밥을 사와서 먹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기로 작정하고 옆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양보했던 청년이 자기 케밥을 절반이나 잘라 나에게 주려했다. 이미 배가 불러서 사양했지만 청년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여러 숙소에서 유럽녀석들을 만났지만 단 한 명도 나에게 먹을 것을 권유한 친구가 없었다. 그게 유럽의 문화이다.  네팔청년들은 달랐다. 친구가 되고 싶었다. 옆자리에 바짝 붙어앉아 대화를 시도했다.  네팔문화도 소개해주고 갈만한 도시도 추천해준다. 내가 네팔로 트레킹을 꼭 가고 싶다고 했더니 오면 자신들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한다. 나도 당신들이 서울에 오면 꼭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드디어 준비한 장사익 CD 한 장을 선물로 주었다. 카우치 서핑때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던 것인데 첫 번째 증정대상이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짧은 시간에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었다. 인스타 계정을 공유하고 여행정보를 공유했다. 코드가 맞으면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나누는 일은 지친 여행자에게 활력을 주고 기쁨을 준다. 내일  다른 도시로  떠난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브로츠와프는 체코로 넘어가기 전 폴란드의 마지막 도시다. 적당히 구경하면서 여유있게 머물다 가려한다. 체코로 넘어가면 12월 중순까지 강행군이 이어진다. 힘을 비축해야만 한다. 12월 일정을 대강 정했다. 12월 15일까지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를 돌고 루마니아나 몰도바에서 한달 정도 장기 체류할 예정이다.  이전 도시 자코파네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했지만 저녁과 새벽의 글쓰기는 최악이었다. 


글을 쓸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 침대를 놔두고 거실에서 자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특히 브라질 친구는 낮에는 빈둥대다가 밤만 되면 나가더니 심지어는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서 마루 소파에서 자고 있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 글쓰려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분명 나한테 여자친구가 상파울로에 있다고 했는데 진짜 원초적으로 놀고 있다. 그래서 12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조용히 혼자 있을 곳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창작을 하려고 한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루마니아나 몰도바가 물가가 저렴해서 그쪽에서 머물기로 했다. 단편소설 세 편정도를 쓰려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나도 궁금하다. 1월 중순 이후에는 발칸반도로 넘어갈 예정이다 



나의 가능성을 테스트 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끝이 없는 길이기에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뿐이다.  다만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용기를 냈다. 결과가 나빠도 실망하지 않는다. 또 시도할 것이다. 


단편은 몇 편 써 본적이 있다. 그때는 두 가지 일을 했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쓰고. 이제는 오롯이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좋은 조건이다. 결과가 괜찮으면 브런치에 공개할 생각이다. 



지치지 않고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변화를 주며 여행할 생각이다. 이 여행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은 집필활동이다. 고독한 사투인 글쓰기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나만의 고유한 세계가 있는 것이다.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견디고 버틸 수 있는 나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용맹정진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기를 소망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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