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키가 작다.
그런데 더 작아지겠다, 글을 쓰다가.
땅을 파고 들어가겠다, 이러다가.
처음에는 마냥 쓰는 게 좋았다.
마음이 시원해지며 이제야 허전한 내 마음의 마지막 한 조각을 찾은 것 같았다.
곁눈질 안 하고 그냥 쓰면서 살자 했다.
그런데 완성된 초고를 못 보겠네? 출판사 투고를 못하겠다.
이대로 A4 100여장은 영영 묻히는 걸까... 용기와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쓰다가 브런치를 시작하며 타인을 의식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에 다시 종이로 돌아가야하나 싶기도 하다.
이것도 쓰면서 겪는 한 과정의 하나일 뿐일까. 이렇게 흔들리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걸까?
오늘 내 꼬락서니를 보고 시가 한 편 떠올랐다.
처음 제목은 '스마트폰이 앗아간 것'이었는데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라고 고쳐야 하나 싶다.
<스마트폰이 앗아간 것> 또는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
예전에는 누가 나를 몰래 보면 뭘 보냐는 눈빛을 돌려줬었다.
이제는 아니다. 지하철에서 어색한 침묵이 어색하다는 것을 모른다.
모두들 어디로 가는지 뭘 보는지 왜 보는지조차 모르고 보느라 정신이 팔려
날 보는 시선조차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예전에는 알고 싶고 궁금해 죽을 것 같은
호기심이 있었다.
헤어진 연인의 근황에 닿고 싶은 아련함도
친구가 준 선물을 받고 얼마나 나를 생각해서 이런 걸 구했을까
요샌 궁금할 틈도 없다 쉬워도 너무 쉽다
연신 두드린다
당장 3초면 모두 나오는 세상
친구와 화해하는 법
마음 풀어주는 법
지식 아닌 지혜도 무조건 두드려댄다.
몸으로 부딪혀 배워야 할 것, 사람과 마주쳐 깨달아야 할 것,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할 것
두려워 슬슬 피한다
실패가 뻗어나가 공개될까
누가 두드려서 내 실패를 알까봐 그저
두드리고 검색해서 실패를 피하려고만 한다.
혼자 웃을 줄도 모른다 누가 웃겨줘야 한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계속 놀아주는 것에 까르륵까르륵
그저 잠깐 시간만 나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재밌는 거 없나 어슬렁서슬렁
잠깐 돌아서면 나를 찾는 반응 놓칠까
세상 무너지는 줄 알고 고새 두드리러 간다
내 생각을 드러냈다가는 뭐라고 한마디 들을까
짐짓 뒤로 물러나며
누구한테 그저 진짜 나를 들킬까 봐
자랑스럽고 예쁜 나만 나라고 인정하고
보이기 싫은 못난 나는 평생 잘만 숨기고
내가 아닌거지하고 나조차 나를 속이면
완벽하다 생각해본다
잃음에 대한 이 생각조차 연신 두드려서
나는 무엇을 잃지 않으려 이리 발버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