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론 열정이 들끓으면서
겉으로는 단순하기 짝이 없네
회색, 갈색, 검은색으로만
제우스가 제압한 괴물 티폰이
아직 네 속에 살아
몸부림치며
거친 숨결 내뿜는 거라고?
오십만 년 전에 태어나
2700년 동안 일했으면서
활화산의 명성을 양보하다니
베수비오는
나이로 보나 키로 보나
네겐 애송이구만
폼페이는 사라졌으나
카타니아는
네 치마폭 아래 예쁘게 자라
너는 착하다고 소문났더라
뜨거운 네 기슭은
쇠 벼리기가 좋아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실이었다고?
은판 두 겹 청동판 두 겹 금판 한 겹의
아킬레우스 방패가
여기서 만들어졌다면
그 예술 혼이
아직까지 흐르고 있나 봐
벨리니는
주옥같은 오페라를
바카리니는
훌륭한 대성당을
뚝딱뚝딱 지어냈으니
엠페도클레스는 탐구심에
붉은 네 심장으로
뛰어들었다지
나의 씩씩한 친구도 정상에 올라
까만 분화구 맴돌았는데
내가 열심히 체력 길러서
트래킹 하러
다시 오고픈 것은
계속 자라는
네 키가 얼마나 됐나 볼 겸
무채색 가운데서 피어난 노랑
야생화 덤불에서
여우도 한번 만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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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트나 화산: 카타니아 인근의 해발 3457미터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기원전 7세기경부터 최근까지 폭발 기록이 있다. 17세기에 대규모 지진과 폭발이 있어서 카타니아 시는
주민의 반 정도를 잃고 건물들이 사라졌다. 지금은 그 후 재건된 바로크 스타일의 모습이다.
우리 일행은 버스로 1950 미터에 있는 산장까지 가서 거기 있는 소분화구를 둘러보고, 케이블카를 타고 2500 미터까지 올라갔다.
작은 기생화산의 분화구/ 멀리 보이는 이오니아 해
성당 앞의 기병/벨리니의 동상:오페라의 주인공 석상과 악보가 새겨져 있음/ 벨리니 생가 바카리니가 설계한 산타카타 성당/ 카타니아 시내에서 늘 보이는 에트나 ** photo by Lambsear and her colleag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