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AI 책이라면 살 의향이 없었다. 청소년을 위한 입문서라 하니 급 당겼다. 어려운 책은 정중히 사양하자는 주의인데 아니나 다를까 내게 적당한 난이도였다. 내용뿐 아니라 책의 구성도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한 토픽에 두 페이지를 할애해서 금세 끝나니(책 제목에 의하면 1분이 걸리나보다) 독서가 힘든 딱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의 중간쯤인 내게 늘 디지털 세계는 따라잡아야 할 힘겨운 숙제였다. 얼리어답터를 부러워하며 느림보 그룹에서 헉헉 걸어가면서. 인스타나 페이스북을 안 하는 것도 겉으로는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SNS 가 익숙지 않아서이다. (브런치가 일종의 SNS 임을 요즈음 깨닫고 있지만)
나 같은 사람은 AI의 발달이 크게 반갑지 않다. 제발 천천히 발전해 다오 하는 심정이고 샘 알트만이 복귀했을 때도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슈포피포 작가님 AI 소개 글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문외한인 내가 그나마 그쪽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었는데, 작가님이 실명(최재운)으로 책을 내셨다.
그동안 작가님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부지런히 읽었지만 책은 또다시 새로웠다.
가장 고마운 점은 AI에 대한 기본 상식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딥러닝이라는 개념이 좀 다가오는 것 같다. CNN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 미국 유명 뉴스 채널만 떠올리지 않고 인간의 시각 시스템을 모방한 딥러닝 알고리즘인 합성공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도 생각할 수 있으니, 금세 유식한 사람이 된 기분이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함)
큰 챕터 하나가 끝나면 AI로 세상 읽기라는 새로운 문체의(약간 에세이 형식의) 글이 나온다. 여기에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합스부르크 가문의 유전병처럼 합성 데이터로 학습된 인공지능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요즈음도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가 나올 때 학자들이 참고한다는 로봇의 3원칙을 1940년대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가 세웠다는 것도 감동이었다. 문학 작가가 과학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으므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인간과 매우 유사해질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불쾌해지는 현상인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네이버가 한국어에 특화된 거대한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 X를 개발한 것도 이제야 알았는데,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화형 에이전트 CLOVA X를 깔아보았다. 청소년에게 추천할만한 AI 입문서를 알려달라고 하니 작가님 책이 아직 안 나온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굼뜨면 어떡하니 하고 혼내고, 그 목록에 『1일 1 단어 1분으로 끝내는 AI 공부』도 포함해 달라고 회신을 보냈다. CLOVA X의 다른 정보들은 꽤 유용했다.
한 가지 토픽마다 그에 맞는 총천연색 도안이나 사진이 곁들여져 편안하니, 청소년뿐 아니라 무겁지 않게 AI에 입문하려는 어른에게도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배대웅 작가님 책과 나란히 직장에 모셔놓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