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만 생각해 시리즈: 수도승> 종이에 펜, 과슈, 18k 금박, 23 x 16 cm, 2023
"그런 말 하지 마! 입성수 구성수야!"
굳이 어려운 책을 들추지 않아도 말이주는 오묘한 힘이 있다는 것은 경험이 쌓이며 알게 되었다. 기도, 주문, 격언, 암시 등 갖은 방법을 다해서 하는 일이 잘 되도록 한다. 그만큼 입 밖으로 나온 소리는 그가 지닌 방향, 그리고 목적과 함께 어디론가 꽃혀 들어간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은근한 공포감에 시달릴 만큼 좋던 나쁘던 연관된 일을, 기억에 각인될 만큼, 겪었다는 뜻인 것 같다. 세상물정 모르던 학생시절, 번드르르하고 하나마나한 말들을 주고받다가 헤어지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왜 만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제와 보니 서로 감정이 상할 말, 다시 만나기 전까지 행여나 오해가 있을 법한 표현을 온 힘을 다해 피하다 보면 마치 상황에 맞는 문장들이 버튼을 눌러 재생하듯 흘러나오게끔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을 한다.
"정-구업진어어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아아, 수리수리 마하수리-"
직접 보지는 않았어도 초등학교 시절 방영된 어린이 시트콤 중 <매직 00 마수리>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알게 모르게 귀에 익어 '주문'을 외워야 할 상황에는 이모가 가르쳐주던 '아멘'이나 저만치 희끄무레한 기억에 남아있던 '수리수리 마수리 얍!'을 외치곤 했다. (아니면 그랑죠의 '도우막 사라무'도 읊은 듯 하다.)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기억해 놓은 실수, 실패, 모욕, 창피의 어두운 감정들은 차곡차곡 모여있다가 임자를 만나면 입 밖으로 줄줄 새어 나온다. 그 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니면 누구에게로 옮아 갔고,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돌아올까. 부디 내가 지금껏 알게 모르게 지껄인 말들이 볕과 바람에 물러가는 안개가 되기를 바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