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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돌이 아빠 Jul 13. 2023

말속의 말

<너는 너만 생각해> 시리즈

<너는 너만 생각해 시리즈: 말속의 말> 종이에 과슈, 23 x 16 cm, 2023

 '차마 하지 못한 말'은 혀와 목소리로 빚어진 생각보다 몇 배, 몇십 배는 더 많다고 느낀다. 화끈하게 표현하고 뒤끝 없이 묵힌 감정을 정리하면 좋겠지만 요새는 아주 미묘하고 무의식적으로 속내가 새어나가면 두고두고 마음이 찝찝해진다. 내 본의를 알아차리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바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우회적으로 내비친 감정덕에 그간의 오해 따위가 정리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남의 생각과 의도를 파헤쳐 들어가기 시작하면 자아가 갈려나가기 시작한다. 일말의 자존심 같은 것들이 쓰러지지 않게끔 받쳐주던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내가 해온 행동과 말은 온전히 죄와 실수로 둔갑해 들어간다. '왜 그랬을까, 차라리 이럴걸.' 자책과 복기를 덧씌우다 보면 앞으로는 말 한마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 조차 함부로 할 수 없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완벽에 완벽을 계산해 준비한 처세는 역설적으로 상황에 적중하지 않고 잘못 행동에 옮겼다가는 오히려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의미와 목적을 담던 말은 걸맞은 나이와 상황에 따라 비틀어지고 때로는 뿌예지며 어떨 때는 공기처럼 투명해진다. 아주 어려서는 생활에 찌들고 가장의 몫을 치러나가는 삶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버지의 맘을 알아내려 연구를 반복했고, 어느새부터인가 불쌍한 우리 엄마의 삶에 동조하며 가슴을 대신 저미기도 했다. '소외'가 주었던 끔찍한 기억은 비슷한 나이의 인간들의 심기를 해치지 않도록 늘 살얼음 걷는 기분으로 단어와 문장을 맞추어갔고, 어느덧 윗사람의 눈치 보다 아랫사람과 슬슬 세상물정을 알아가는 아이의 눈초리를 미리미리 준비해 간다.


 생각 안의 생각은 또 그 껍질 안의 생각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고, 말의 내부는 또 다른 말과 가능성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아 까고 벗기다 보면 실상 있었던 대화보다 상상이 더 리얼해진다. 생각과 혼잣말, 뜻을 되새기며 다시 생각으로 빠져들어간다.


 "아! 이건 그냥 내 생각이구나."

 "응,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 없어."


 나는 또 내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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