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스타우 Mar 28. 2024

게임을 가장한 계급사회 속 인간관계의 민낯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리뷰

웹툰 원작의 <피라미드 게임>은 매력적인 드라마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현재 화제를 넘어,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을 중도 하차했다가 이러한 흥행과 이슈 때문에 뒤늦게 다시 보았다. 이 작품의 흥행 원동력과 그 문제에 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공개 당시 하차했던 이유

사립 여고에서 매달 '피라미드 게임'이란 인기투표로 계급을 나누고, 0표를 받은 학생을 공식적으로 왕따를 만들어 괴롭힌다는 이야기. 이 독특한 소재를 가진 <피라미드 게임>을 공개 당시 보았다가 빠르게 하차했던 이유가 있다. 흥미로움을 뛰어넘는 너무나 과하고 유치한 설정, 마치 어른이 요즘 아이들의 언어를 흉내 내는 듯한 오글거리는 대사들.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건 학교와 어른들에 대한 설정, 특히 방관자를 넘어 학원폭력에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는 학교와 담임 그리고 교장의 모습에서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인기투표로 계급을 나누고, 0표를 받은 학생을 공식적으로 왕따를 만들어 괴롭힌다는 <피라미드 게임>.
흥미로움을 뛰어넘는 너무나 과하고 유치한 설정~
무엇보다 방관자를 넘어 학원폭력에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 너무 공감하기 어려웠다.

물론 <하이쿠키>같은 선을 넘은 학원물들이 넘쳐나고 있는 지금의 드라마신에서 그렇게까지 무리한 설정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 학원물이라고 해도 너무나 과하고 유치한 설정과 학교를 악의 소굴로 그려 넣는 배경들에서 쉽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이렇듯 공감하기 힘든 설정과 배경들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벽일 것이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를 보듯이 '드라마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이 작품의 남다른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유치한 설정과 배경들에서 공감하기가 어려웠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본다면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을 가장한 계급사회 속 인간관계의 민낯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학급에서 벌어지는 '피라미드 게임'이 사실상 사회의 축소판인 계급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급사회 안에서 실리를 따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여학생들을 통해서 그려내면서,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관계의 민낯을 제대로 들춰내고 있는 것이다. 더 재밌는 건 이러한 게임을 타계하기 위한 주인공의 두뇌싸움과 정치적인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이러한 인간관계의 본질마저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작품의 핵심인 학원 폭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 피해자의 고통과 방관자에 대한 정의까지 놓치지 않고 질문한다.   

'피라미드 게임'은 사실상 사회의 축소판인 계급사회와 그 인간관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학원 폭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 피해자의 고통과 방관자에 대한 정의까지 놓치지 않는다.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배우들

매력 있는 설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흥미로운 캐릭터들이다. 특히 주인공인 성수지의 캐릭터성이 너무나 돋보인다. 정의감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식상한 주인공이 아닌, 명석한 두뇌에 비열함과 자의식으로 무장한 성수지가 이러한 게임을 타계하는 과정이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이를 이 작품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김지연이 이상적으로 연기하면서, 드라마에 확실한 무게 중심이 되어준다.

정의감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식상한 주인공이 아닌, 명석한 두뇌에 비열함과 자의식으로 무장한 성수지!!

신선한 얼굴들의 활약도 일품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 말고는 설명하기 힘든 백하린이란 캐릭터를 연기력이 아닌(?) 분위기와 아우라로 설득시킨 장다아는 분명 탁월한 캐스팅이었다. 우직하고 순수한 명자은을 제대로 살려낸 류다인과 이미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줬던 강나언의 활약, 그리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신슬기까지 전부다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송재형이라는 감초 캐릭터를 너무나 훌륭히 소화한 오세은이란 배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그 캐릭터성을 그대로 들어내는 신인 배우들의 캐스팅과 싱크로율은 분명 탁월했다.

연기력이 아닌(?) 분위기와 아우라로 설득시킨 장다아!!
우직하고 순수한 명자은을 제대로 살려낸 류다인!!
특히 송재형이라는 감초 캐릭터를 너무나 훌륭히 소화한 오세은이란 배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드라마의 악한 영향력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에서 '피라미드 게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학교에서 공문까지 보냈다는 뉴스를 보았다. 드라마의 선한 영향력을 중요시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의 결과가 너무나 엉뚱한 곳으로 튄 느낌이었다. 학원폭력에 대한 남다른 메시지를 던졌던 장점은 뒤로하고, 이러한 부분들로 이 작품이 평가절하되는 것은 나 역시 반대한다. 


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 작품의 소재가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번지는 것은 이 작품의 마케팅하고도 직결된다고 본다.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가 있는 장원영의 언니 장다아의 캐스팅과 솔로지옥2의 신슬기에 관한 화제성을 계속해서 마케팅으로 활용한 제작진, 그리고 자극적이었던 게임 소재만 집중적으로 노출한 유튜브와 여러 매체들까지. 원작 웹툰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소재들이 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무분별하게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드라마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 없이 받아들인 결과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가장 큰 이유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에서 '피라미드 게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뉴스.
어린 청소년들이 관심을 끌만한 자극적인 소재에만 집중한 마케팅은 분명 문제였다.

<오징어 게임>이 수많은 예능에서 패러디해도 그것을 문제로 삼지 않았던 건, 그러한 설정 자체가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판타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라미드 게임'은 다르다. 어떤 TV 예능에서도 함부로 따라 하지 않는 건, 이 게임이 그려내는 학원 폭력의 잔혹함과 왕따 문제의 본질을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누구나 손쉽게 암묵적으로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이다.  

무엇보다 누구나 손쉽게 암묵적으로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이다.




피라미드 게임 (TVING. 2024)

<피라미드 게임>은 독특한 소재와 설정, 그리고 여러 인물들의 인간관계를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이다. 현대사회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축소시킨 여학교 교실의 모습,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소녀들의 싸움이 마치 기성세대들이 만든 규칙을 깨부수기 위한 모습으로 비쳐서 더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과한 연출과 음악이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지만 종종 독특하고 흥미로운 편집과 구성, 특히 다음 회를 보고 싶게 만드는 연출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백미이다.     


드라마의 오프닝 타이틀에서 나오는 이 게임이 유출되어선 안된다는 문구. 하지만 이 작품의 흥행과 함께 이 게임은 무분별적으로 학생들에게 유출되고 모방되는 모순을 낳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유출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또 하나의 벌칙이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유출된 '피라미드 게임'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히를 모르는 병맛 퍼레이드. 이상해, 보게 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