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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Sep 23. 2024

新 사랑과 전쟁 속 눈부신 오피스 워맨스!

드라마 <굿파트너> 리뷰

대형 로펌회사에서 이혼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굿파트너>는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이혼 소송을 소재로 한 법정 오피스물 드라마이다. 여러 이혼 사례를 다루면서 법적 대변인과 인간적인 갈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뻔한 이야기를 이번에도 반복한다. 그러나 <굿파트너>는 다른 차이가 있다. 바로 식상함을 뛰어넘는 이야기의 디테일과 리얼리티의 차이이다.




리얼리티가 다른 법정 오피스물!!

<굿파트너>가 이혼 변호사들을 소재로 한 그 흔한 법정 드라마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바로 실제 이혼 변호사인 최유나 변호사가 극본을 맡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작부터 차변호사가 신입 한변호사에게 전달하는 대사는 이 작품이 기존 법정 드라마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직관적으로 이야기한다.

"판사 코스프레 그만하고 변호사 일만 하세요."
아휴, 아주 그냥 드라마 속 변호사야!

작가 본인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간 이야기는 그 어떤 법정 드라마들보다 남다른 디테일을 보여주고,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리얼리티 한 설득력을 갖게 한다. 매회 그려지는 다양한 이혼 사연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법적인 자문과 위로가 되어주고, 마치 작가가 법적인 코칭으로 시청자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해준다는 느낌마저 받게 한다. 말 그대로 신(新)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신(新)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한 느낌의 <굿파트너>

이혼을 이야기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부모의 이혼에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것이 자녀임을 이야기하는 깊이마저 보여준다. 여기에 주인공 남편의 불륜이라는 드라마틱한 요소까지 첨부하면서, 막장 드라마의 재미까지 교묘하게 그려 넣는다. 한마디로 유익함과 막장스러움을 동시에 갖춘 흥미 만점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혼을 이야기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부모의 이혼에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것이 자녀임을 이야기하는 깊이마저 보여준다.



사수와 부사수의 눈부신 워맨스 

오피스물 드라마에서 꾸준히 선보이는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 최근 <감사합니다>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인물들의 관계성과 비교한다면, <굿파트너>에서 보여준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는 좋은 오피스물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그려낸다. 감정적인 신입 변호사와 냉철한 선배 변호사의 그 뻔한 관계를 그려나가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묘사된다. 서로를 도와주고 변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진심을 알아가는 모습들은 사수와 부사수의 이상적인 관계성을 보는듯했다. <미생>이후 가장 훌륭한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면서, 근래 보기 힘든 눈부신 워맨스의 보습이었다. 

감정적인 신입 변호사와 냉철한 선배 변호사의 그 뻔한 관계를 그려나가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묘사된다.




다시 한번 꺼내는 장나라 이야기

좋은 작품에는 늘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있다. <굿파트너> 역시 특별 출연을 포함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이상적이었으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진실됨과 정직, 그리고 열정이란 단어를 누구보다 잘 표현해 내는 남지현부터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에 빛나는 유나의 아역 연기까지. 심지어 논란이었던 피오의 연기마저 개인적으로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배우가 있다. 5년 전 <VIP>리뷰에서 그녀가 왜 대단한 배우인지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리뷰를 고스란히 가져와 본다. 바로 장나라이다.


나정선이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우울함과 겪게 되는 심정 고통들이 기존의 장나라가 연기하기에는 굉장히 버거운 느낌이었다. 그런 나정선이란 캐릭터를 장나라는 자신의 한계를 깨면서까지 연기해 나간다. 그런데 그 한계를 깨기가 쉽지 않았는지 연기 하나하나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까지 해야만 나정선이란 캐릭터에 다가설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상윤이 자기 목숨을 깎는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던 것이다. 사실 이 캐릭터는 장나라 같은 심성이 좋은 배우가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해 보이는 느낌도 있다. 배우의 눈빛과 표정에서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연기하는 장나라가 대단하고 소름 끼치며, 한편으로는 무섭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인 <열혈사제>를 보지는 못했지만, 장나라의 이런 연기는 SBS의 올해를 대표하는 연기대상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면서, 제 살을 깎아내리는 듯한 연기를 선보였던 의 장나라.


장나라는 특유의 발성과 고정되어 있는 이미지 때문에 여전히 평가절하 받고 있는 배우이다. 스스로 이러한 한계를 깨부수기 위해 자신의 생명력을 깎으면서까지 연기했던 <VIP>의 모습을 또 한 번 재연하는 장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고 그래서 더 대단한 배우라고 느껴졌다. 심지어 <굿파트너>에서 보여준 차은경 변호사의 모습은 그러한 한계마저 어느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냉철하면서도 차가운 변호사와 불륜에 분노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흔들리는 엄마의 모습까지. 목소리와 이미지의 단점마저 혼신의 연기로 커버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장나라의 연기는 여러 번 칭찬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여기에 최유나 작가의 미숙한 대사마저도 자연스럽게 캐릭터 안에 녹여내는 여유와 테크닉마저 보여준다. <커넥션>의 지성 역시 경이로운 연기를 선보였기에 올해 SBS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녀의 연기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받을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생명력을 깎으면서까지 연기했던 의 모습을 또 한 번 재연하는 장나라!!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장나라의 연기는 여러 번 극찬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에필로그 같았던 하이라이트

<굿파트너>는 초반부 한변호사와 전변호사의 뜬금없는 하룻밤 러브 라인만 제외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이야기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양한 이혼 사연으로 흥미를 유발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힘 있게 이끌었던 것은 막장 같았던 차은경 변호사의 이혼 이야기였다. 그래서일까? 차은경 변호사의 이혼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10회 이후의 이야기는 마치 에필로그 같은 인상을 계속해서 받게 된다. 한마디로 힘이 많이 빠진 후반부였다.

차은경 변호사의 이혼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10회 이후는 마치 에필로그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후반부 VIP 사건들로 스케일을 키우고 차변호사의 독립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지만, 일반적인 이혼 이야기에서 멀어질수록 몰입도는 점점 옅어진다. 무엇보다 차은경 변호사의 중심에서 이야기가 멀어질수록 더 에필로그 같은 인상은 지울 수 없게 된다. 10회의 엔딩신이 이 작품의 진짜 결말 같은 느낌이 드는건, 그래서 더 안타까운 부분이다. 차라리 중반부부터 김지상의 불륜 이야기를 시작해서 이들의 이혼 이야기를 마지막에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최고의 IP를 손에 넣은 스브스 입장에선 10회 이후의 이야기를 오히려 시즌2로 넘겼으면 훨씬 이상적이지 않았을까? 최유나 변호사가 작가로서 놀라운 능력을 선보였지만, 그럼에도 신인 작가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던 이 작품의 후반부였다.

스케일을 키울수록 몰입도는 점점 옅어진다.
차라리 김지상의 불륜 이야기를 중반부부터 시작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하이라이트에 다뤘다면....
10회 이후의 이야기를 오히려 시즌2로 넘겼으면 훨씬 이상적이지 않았을까?




굿파트너 (SBS, 2024)

이혼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굿파트너>는 분명 식상한 소재의 법정 드라마이다. 하지만 실제 이혼 변호사가 그려낸 이 작품의 디테일과 법적 조언들은 분명 남다른 재미와 위로를 선사한다. 작가의 경험으로 풀어낸 이혼 사연들은 유익한 조언과 충고가 되고, 결혼 생활의 시작과 끝에 대한 질문은 주체적인 삶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가족과 결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 이 작품의 진정성은 막장 불륜 드라마처럼 비춰진 이 작품의 외형을 보기 좋게 비웃기까지 한다. '신 사랑과 전쟁'을 선보인 <굿파트너>. 올림픽 이슈와 후반부의 아쉬움만 없었다면 분명 <눈물의 여왕>과 견줄만한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 되지 않을까. 10회까지만 이야기한다면 올해 드라마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작품이란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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