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사업가는 왜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가?
솔직히 제목은 조금 어그로였다. 내가 5년 안에 이직을 3번 하긴 했지만, 카페 창업을 꿈꾸기 시작한건 마지막 3번째 이직부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번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나은 것을 향해 나아갔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이직이 '자기 개발' 같은 멋진 말로 포장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분노, 무료함, 도피와 같은 꽤 멋지지 않은 감정들이 사이사이 껴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중심부에는 늘 새로움이란 두려움을 무릎쓰더라도 더 괜찮아보이는 환경으로 나 스스로를 이동시키려고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칼졸업, 칼취업을 했다. 직장생활을 나이에 비해 오래 하다보니 또래 친구들보다 빠르게 권태기가 찾아왔고,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직무로 이직해볼 기회들도 일찌감치 찾아왔다. 그렇게 직장인으로서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하다보니, 직장생활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빠르게 찾아온 것 같다. 회사 일을 자신의 사업처럼 열심히 일궈내는 임원진이 멋져보이다가도, 결국 그 사업체의 수익은 그들의 월급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보게 되었다. 능력있는 직원들도 결국엔 리스크를 감당하기 싫어 그들의 탤런트를 월급과 맞바꿔 노동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직장 내에서 나의 가장 높은 커리어 하이를 떠올려보니, 뭔가 1% 부족하게 느껴졌다. 내 사업이 아니라 내 사업'처럼' 여기며 일해야한다는게 큰 핸디캡으로 느껴졌다. 그 덕분에 난 사업이라는 나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오게 되었다.
내 첫번째, 두번째 직장은 길게 설명할 필요 없다. 내 직무에 대한 갈증으로 인해 이동하는 통상적인 이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세번째 직장은 달랐다. 그 당시에 나는 이미 카페 창업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에, 세번째 직장을 찾는 기준이 기존와 180도 달라졌다.
1. 직장에서 키우는 나의 능력이 미래의 내 사업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야 한다.
2. 업무 환경이나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퇴근 후의 내 상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면 안된다.
3. 같은 일이라도 내가 더 쉽게, 더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즉 내 능력이 가성비 좋게 쓰여야 한다.
1번이 충족된 이유는 내 3번째 직장에서 키우는 능력이 트렌드 파악과 창의적인 컨셉 개발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하게되든, 시장을 읽고 소비자를 파악하는 능력은 무조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키워두면 분명 나의 사업에도 영향을 줄 거라 생각했다.
2번의 경우에는 사실 충족이 될지 안될지 미지수였다. 새로운 팀에 가봐야 정말 빌런이 없는지, 환경이 괜찮은지 알게 될 수 있기에, 그걸 미리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그 당시에 내가 속해있었던 팀의 똥군기에 비해선 뭐라도 나은 면이 있을것 같다는 것이였다. 추가로, 외국인 비율이 반이상이 되는 팀이었기에, 개인플레이 분위기라 서로가 불필요한 터치나 신경전은 안한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3번이 사실 가장 큰 동기였다. 나는 영어를 모국어만큼 편히 쓸 줄 알고, 소위 말하는 '감'이 좋은 편이라 컨셉이나 트렌드 분석을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 새로운 회사에서 꼭 필요로하는 능력들이 나에게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기존에 하던 일들은 내 강점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고 느껴졌다면, 이번 일은 내 강점을 잘 쓸 수 있는 일 같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옳은 선택을 했다. 내 세번째 회사는 내 직장생활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안정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정도로 나와 잘 맞았다. 그럼 이 글의 핵심인 '도대체 왜 예비 사업가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가?'에 답할 시간이 왔다.
내가 사업을 꿈꾸면서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총 3개다.
첫째, 돈이다. 가장 명확하고 쉬운 이유이지 않는가? 사업자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사업은 쉽게 현실화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일은 늘 해야하는 것일테고, 그럴바엔 시급이 쎈 직장을 선택하는건 당연하다.
둘째는 핑계대기 싫어서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사업 준비를 할 사람은 하고, 직장을 때려치우더라도 제대로 준비 안할 사람은 안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다니면서 사업준비하는게 쉽다는건 아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건 어쩌면 나약한 핑계이자 자신에 대한 과도한 관대적 잣대 아닐까.
셋째는 자기 주체성이다. 만약 내 회사가 나의 사업준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면, 내 회사의 환경을 바꾸면 된다. 당연히 쉽다는건 아니지만 돌아서 가더라도 결국 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것은 나 아닌가? 내가 나의 직장 환경도 컨트롤을 못하면 어떻게 사업체를 컨트롤 할 수 있겠나.
만약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더 해보고싶거나, 다른 사업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최대한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보고싶다. 일단 되는데까지 해보고, 정 안될때 언제든 마지막에 굽힐 수 있다. 나에게 그만큼의 자유도가 있기에, 나는 더 꿋꿋하게 나의 직장과 일상을 지켜낼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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