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원의삶을지원 Aug 22. 2023

나는 한놈만 팬다

 쉬는 날, 넷플릭스를 뒤적이며 새로 업뎃된 많은 컨텐츠들을 보며 든 생각. 저는 참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 많고 많은 컨텐츠들 중, 익숙한 영화는 단 두편 정도. <헤어질 결심>과 <죽어야 사는 여자>정도입니다. 가입하고 시청했던 영화도 열 손가락 안에 꼽네요. 일단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조차 않나네요. 새로운 걸 즐기지않고 연속적으로 보고 하는 건 역시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흔히 말하는 덕후, 그 중에서도 심한 '십덕후' 성향을 지녔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제 취향에 들어맞는 걸 발견하게 되면 약 두달정도는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고 곱씹습니다. 이건 제가 학생일때부터 이랬어요. 남들이 마이너 성향이라 해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화 <비트>의 정우성에 여성팬들이 깊이 심취했을때 홀로 임창정을 응원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대체 어디에 빠져버렸는지...그가 그 영화 OST까지 불렀던 걸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곡은 그의 3집 앨범에도 실려있고 전 아직도 많이 울적한 날이면 그 곡을 듣습니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국내 드라마의 원앤온니 작품은 <청춘의 덫>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작가 김수현 선생님을 평가하는 것 같아 심히 불편합니다만 그분의 작품 중 가장 촘촘하면서 완벽한 구조를 갖췄고 대사는 지금 들어도 신선하며 속도감 있으며 매우 세련됐습니다. 배우들의 인생 연기까지 어우러져 사실 전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깊이 사랑하고 덕질중입니다. 대사를 외울 정도로 보고 또 봤지만 지루하다 느낄 틈은 없습니다. 선생님은 치정극, 가족극을 번갈아 발표하시는 걸로 유명하신데 그분의 모든 작품을 봤고 사랑하지만 저에게 매력적인 건 그분의 치정극 쪽이고 그중 <청춘의 덫>을 사랑합니다. 


 제 덕질은 점차 진화해 다양한 곡, 작품을 즐기는 게 아니라 제 마음에 들어와 안착한 작품만을 즐깁니다. 우디 앨런이 연출했고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했던 <블루 재스민>은 추천받아 우연히 본 영화였는데 뭐랄까, 덕후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작품이랄까요... 케이트 블란쳇의 본능적이면서도 클래스가 다른 연기는 극 전체를 장악했습니다. 내용 자체도 현재와 과거를 효율적으로 넘나들며 한 사람이 주변 상황이 추락함으로써 겪게 되는 몰락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는데 재스민이라는 인물이 부유할 때 향유하던 고급진 삶의 볼거리때문에 더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걸 잃고 동생 집에 얹혀 살게 되었을때도 재스민이 꾸역꾸역 명품 옷을 돌려입으며 데이트하는 것도 어찌나 재밌는지요...! 이 영화를 또 두어달 간 매일 보다가 우디 앨런의 다른 작품들도 몇 편 찾아봤는데 <블루 재스민>만큼의 격한 감동은 받진 못했습니다. 제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요시모토 바나나의 <암리타>등 특정 작품에만 심취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몇해 전, 어떤 가수에 또 깊이 덕질하다가 요즘은 가수의 생일날 모여서 생일을 팬들끼리 축하하고 기념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알고 혼자 행사 카페로 가 친해진 이들, 이른바 덕질메이트 줄여서 덕메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많이 좋아해서 많이 알게되고, 많이 알게되어 깊이 알게된다는 것은 그것으로 일종의 권력이 되는 걸 가까이서 목격했어요. 그저 어떤 이가 좋아서 모인 모임이지만 내부 사정을 알게되면서 느낀건 '난 왜 아직 이것밖에 몰랐던거지?' ,' 난 왜 그 소식, 그 가십까지는 입수하지 못했던걸까' 라고 한없는 자괴감을 느꼈고,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은 저는 자연스럽게 도태되더라고요. 덕메 모임을 나와 다시 혼자 덕질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어느 한 부분만을 집요하게 파고 덕질하는 저로서는 덕질로서 얻게 될 기쁨보다 정보수집에 목숨걸고 더이상 그 작품을 사랑하기보다 덕질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건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최근에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뉴진스의 곡들을 듣는데 참 좋네요. 특히 <ASAP>과 <get up>이라는 곡이 너무 신선하고 사랑스럽네요. 그래서 그런데 이 곡들로 저와 이야기 나누실 덕후, 아니 버니즈 어디 없나요? 

작가의 이전글 지민은 벚꽃이 다 지고 난 후의 벚꽃나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